세월의 끝
김성열
만조 때 높이 쌓인 짠물이 허물어지듯 간조 될 때
어머니의 임종을 울던 눈물에 얼비친 만유만상(萬有萬象)
촛농도 다 녹아 가물가물 삭정이로 폭삭 삭아 내릴 때
큰애를 낳을 때, 빛나게 솟아오르던 태양의 눈부심
객지의 관사 방에서 세모의 찬바람 무더기로 끌어안고
떼굴떼굴 구르면서 추락하지 못한 아픔으로...
한평생의 깊이로 하늘을 재던, 더는 끌어낼 눈금도 없이
아버지 운명하시어 죽음 옷 갈아입힐 때
가랑이 사이로 늘어진 시신의 음낭(陰囊)을 쓸어 올리는,
순간, 진저리치게 물컹 집히던
... 세월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