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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열 시인의 작품읽기

김성열 시인
어머니의 육자명호
작성자: 김성열 조회: 1398 등록일: 2013-03-20
   어머니의 六字名號

            김  성  열
               

어머니는 일 년에  한 두 차례 절에 다녀오곤 하였는데, 어떤 심각한 일도 아닌 것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무심한 표정이였다. 어머니는 불경을 암송하지도 않았고 끝까지
외울 수 있는 긴 불경도 없었다.
내가 대학 진학을 위한 재수를 선택했을 때 어머니는 나를 절로 보내주었고 그 일로 인하
여 나와 절과의 인연이 맺어졌다. 어머니는 불심이 두터웁지도 않아 보였고, 불심이 어떤
것이라는 내용도 잘 모르는 것처럼 보였고, 굳이 알려는 노력도 않는 것처럼 보였으며,
어머니가 절에 가는 일이 이웃 마을에 마실 다니는 일과 다름없었다. 그러한 어머니의 모습
을 기억하는 나에게 어머니는 무엇을 심어주었는가.
  어머니는 한평생 흔들림 없이 간직한 한결 같은 마음 하나였다. 세계를 종이 접듯 단순하게
요약하여 자기화(自己化)하였다. 이러한 단순성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南無阿彌陀佛
觀世音菩薩)'로 구현되었다. 시도 때도 없이 오나가나 외우고 다니던 이 한 토막 간구의 절
규 속에 어머니의 모든 삶의 희구가 용해되어 담겨 있었다.
한숨으로 쏟아져 나온 숨찬 호소였고, 하늘을 우러러 일구월심으로 한 마음을 모으는 합장
이었고, 어린 새끼들 끌어안고 내일의 안녕을 바라는 그지없는 모성애였고, 이승의 온갖 업
보를 한꺼번에 다 풀어 낼 듯이 그렇게 외우고 다녔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의 의미를 내가 알고 깨우쳤을 때 어머니는 이미 이승에 아니 계
셨다. '나무(南無)'라는 말이 '귀의한다'라는 범어(梵語)로 신앙한다는 뜻을 가지며 아미타불
에 귀의한다는 의미를 알았을 때 이러한 6자의 명호(名號)가 얼마나 간절한 신심(信心)인가를 새기
면서 어머니와 기법일체(機法一體)가 되어 자비로운 조화 속에 흠뻑 빠져있었던 그 때의 어머
니를 나는 지금 그리워 하고 있다. 어머니는 때때로 관세음보살만 외고 있었다. 관세음보살..
. 관세음보살...  나에게는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처럼 들렸고, 어떠한 관심도 의구심도 우러
나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런가 보구나.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저렇듯 알아들을 수 없는 주
문을 외우면서 사는가 보구나 하였다. 자비를 덕으로 삼고 가장 널리 믿어지고 있는 보살로서
의 관세음보살을 나이 어린 내가 알 턱이 없었다.
  관음(觀音), 관자재(觀自在), 광세음(光世音), 관세자재(觀世自在),관세음자재(觀世音自
在)라고도 하는 관세음보살은 무량수경(無量壽經)에 잘 기록되어 있다. 극락정토에서 아미
타불의 협시(脇侍)로소 부처의 교화를 돕는 위치에 있으면서 단독으로도 신앙의 대상이되어
괴로운 중생이  그 이름을 외면 음성을 듣고 곧 구제한다고 하는 내용도 그 때는 몰랐다.
나무아미타불을 외우던 어머니의 기억 속에 또 하나의 잊혀지지 않는 혼잣말이 나에게는
있다.
'우리 집안에 60을 넘긴 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외조부모도 또 그 웃어른들이 모두 60의
수(壽)를 채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단명한 가계의 전통을 심리적 압박으로 받아들인 어머
니는 당신 생애의 상한선을 60으로 정하여 그 안에 모든 걸 정리하려는 내면적인 설계를
갖고 있었다. 아이들 혼사 문제며, 차남의 분가 문제며, 묘소의 이장 문제 등 중요한 일들을
초조하게 서둘렀다. 이러한 어머니의 기억 속에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의 음성은 너무도
생생하게 쟁쟁하다. 불가의 법도에 잠재적으로 암시받고 자라온 나에게는 기도원력(祈禱願力)
의 심리적 에너지가 작용하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잠재적 암시는 내 몸 속 어딘가에
불심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때때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시뜻 없이 외고 다니면서 '우리 집안은 60을 못 넘겼다'는
독백을 덧붙이던 어머니는 90세가 되던 해 정월에 돌아가셨다. 임종의 순간에 어머니는
평화스러웠고 6자 명호도 외지 않았다. 육신의 고통을 초월한 염불왕생의 어머니를 나는
기억하고 있다. 오는 정월 초열흘이 어머니의 10주기 기일을 맞는다. 새삼스럽게 어머니를
그리워하면서 다시 올 수 없는 머언 곳의 당신을 나무아미타불에 실려 보내고 있다.
어머니는 당신 스스로 자기구원에 너무나도 충실했고, 자기암시와 자기최면 속에서 한 생애
를 티 없이 순수하게 살아낸 화신(化身)으로 나의 내면에 정착되었다. 당신 스스로를 관조함
으로써 자재한 묘과(妙果)를 얻었고, 두려움 없는 무외심(無畏心)을 키워가면서 시무외자(施
無畏者)가 되었고, 구세대사(救世大士), 보문시현(普門示現)이 되었다.
심리학적으로 자기충족적예언(自己充足的豫言)에 잡념 없이 암시 받음이었다.  시합에 나가
는 선수들에게 이르는 말이 대단히 중요하다. "전 번에 우승할 때처럼 오늘 날씨가 좋구나.
오늘도 시합이 잘 풀릴 것만 같구나."
이렇게 지나가는 말로 넌지시 던지는 예언적 암시가 선수들에게 자기충족적 에너지로 축적
되어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를 어머니가 시뜻없이 외던 6자 명호를 연관시켜 보는 것이다.
60을 못 넘긴 가계의 전통을 초극하여 90의 수를 채었고 돌아가실 때는 그렇듯 편안한 모습
으로 무외심 할 수 있었음을 나는 굳게 믿는 것이다.
반야심경을 외우고 다니면서 존재론적 세계상(世界相)의 철리(哲理)를 탐구해 오던 나에게
어머니는 더 넓은 바다였다. 나무아미타불이라는 6자의 명호로 전 생애를 용해시켜 세계를
직관하였고, 관세음보살의 5자 명호에 온몸을 육화(肉化)시켰다. 긴 시간 동안 반야심경을
외면서 유식한척 뜻을 새기고 음미하던 나는 장님의 코끼리 다리 만지기에 불과했다.
어머니의 짧은 명호는 한 생애 긴 강물로 도도하게 흘러흘러 드넓은  바다가 되었다. 티 없이
순수한 염원 속에 어머니의 모든 것이 불태워졌고 오늘의 우리들 아들 딸의 현실로 구현되어
있음에 감사한다.

어머니의 6자 명호에 힘입은 우리 후손들은 도의원도, 의사도, 시인도, 소설가도, 목사도 모두모두
은혜로운 삶을 오늘도 잘 견디어내고 있습니다.
어머니....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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