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 파도소리 (1) 세 번 째 승객을 쏟아놓고 열차는 떠나갔다 사람들은 오뚝이처럼 발딱 일어나 좁은 역사를 빠져 나가고 지붕 위의 안테나가 곤충 채집용 핀처럼 꽂혀 있다 고기잡이 배 두 척이 던져저 있는 바다 저편에 괴물 형상의 구름이 시계바늘을 돌리며 열심히 파도를 밀어보내고 있다 모래사장에 밀려 온 파도는 인류의 임종을 울면서 장렬하게 산화 해 가고, 파도의 유골을 딛고 선 늙은 내외가 힘없이 비척거릴 뿐 파도는 끊임없이 백사장에 부서진다. (2) 안보이는 파도를 베고 누워서 철썩이는 소리에 이끌려 북극의 빙산을 오른다 수면 아래의 빙산은 캄캄한 어둠이었고 고향같이 그리운 아득한 동굴이었다 빙산이 솟아 오를 때 어둠에 쌓였던 영혼이 유리알처럼 투명해지고 황홀한 섬광이 눈부시게 빛났다 늙은 아내는 창 밖의 바다를 보면서 밀려오는 파도를 헤아리고 있다. (3) 가물한 수평선을 뚫고 아침 해가 솟는다 핏발 선 태양이 미끈한 양수(羊水)를 뚝뚝 흘리며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남근처럼 우뚝 솟은 바위가 덩실한 햇덩이를 떠받히고 있다 인류의 사생아가 태어나는 피흘린 현장에서 흐느끼는 바다의 고백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죄 있을 듯, 죄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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