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노을을 흔드는 옥불사 독경 소리 나를 안방으로 돌아가라 한다 일기장 속에서 큰 얼굴이 뛰어나와 숨가뿐 내 정체와 만난다 독경 소리에 흠뿍 젖은 옥불사는 한가롭게 극락의 탑을 쌓아올리고 놀란 산꿩이 풀숲으로 떨어진다 제 터전으로 기어드는 푸덕거림이 내 실존을 확인 시키고 뇌수를 찌른다 합장영접의 삭발 여승은 시린 손 끝이 떨려 애수(哀愁)의 새 한 마리 머리 위에서 울고 있다 노을빛으로 타고 남은 잿빛 장삼 자락이 이승의 허무를 더는 태울 수가 없어 바람에 날려 숲 속으로 자지러들고 옥부처 파란 빛살이 백팔번뇌를 굴리고 있다 업보야 굴러라, 개똥밭 한 세상을 굴러 굴러라 내 가슴이 벅차도록 펄럭거리고 적멸보궁의 빙산 같은 내세(來世)를 뒤로 뒤로 밀쳐내고 있다 나는 다시 안방으로 돌아가고 싶다 한 평생 땀 냄새로 얼룩진 책상 앞에 앉아 살아 있는 내 일기를 쓰리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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