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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열 시인의 작품읽기

김성열 시인
발작적(發作的)인 아름다움
작성자: 김성열 조회: 1273 등록일: 2015-03-11

           발작적(發作的)인 아름다움  / 김성열

                                                                        

 

좋은 시를 만난다는 것은 시인으로서 즐거운 일이다. 시를 읽고 감상하는 기쁨이야 어디 시인뿐이랴. 평생토록 시를 생각하고 써 온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감미로운 환희일 것이다. 시를 쓰는 입장에서 되돌아본다면 자기 자신에게도 감동을 못주는 시를 써 오지 않았는가 하는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게 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쓸쓸함 뒤에는 어떤 그림자가 늘어져 있을까. 덤핑 상품이나 재고정리 품 따위로 시장에 내걸리는 생산과잉 시대에 시작품도 예외는 아닐 것이며 내가 쓴 시는 그 반열에 끼이고 싶지 않을 것이지만 현실상황은 녹녹치 않다.

 

매월 배달되는 문예지의 시 지면을 펼치면서 가벼운 기대와 의욕을 갖는다. 신선한 것, 감동스러운 것, 다시 읽고 싶은 시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바람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와 욕구는 지금도 변함이 없기에 다음을 기다리고 바라보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월간지의 시를 필사해서 재독하면서 감동을 지속시키는 것과는 거리감이 있다. 시를 쓰는 이유보다는 시를 왜 발표하느냐는 의문에 맞닥뜨린다. 돈도 명예도 찬사도 별무한 현실여건에서 많이 발표하기를 원하는 까닭이 무엇일까. 지면에 발표된 시를 많은 사람이 읽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부지런하게 지면을 구하고 있지만 누가 얼마나 읽어주었는가에 대해서는 무신경하는 것 같다.

 

회원 500명이 넘는 문학지 카페에 한 달이 지나도록 4-5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문예란의 시들을 보면서 허탈하기 그지없다. 카페에 일주일이 멀다하고 이러한 시를 올리는 시인의 심정을 헤아리면서 외로운 자기과시의 현신(現身)을 보는 듯하다. 많이 쓰되 발표하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는 어느 원로 시인의 조언은 귀감이 될 법하다. 발표 된 시는 그 순간부터 탈사물화(脫私物化) 되기 때문이다. 사사로움이 타인을 즐겁게 못하거나 공해물(公害物)로 투기 된다면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감동을 받는 시를 갈구하는 독자로서의 불만은 좋은 시를 바라는 열망이기도 하다. 짜릿한 감동, 머리에 삼삼히는 청순한 이미지, 발작적인 아름다움, 큰 소리로 노래하고 싶은 시를 진정으로 원하기에 이런 저런 얘기가 길어지고 이어진다. 물론 모든 시인의 모든 시가 다 그러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엄숙하게 반추해 볼 일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생각하면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명시의 명구를 기억한다면 그 과정이 어떠했을까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닐 것이고, 우연히 쓰여 진 것도 아닐 것이다. 창작의 과정에서 작가(시인)의 지성적 고뇌가 얽히고설킨 메시지와 이미지가 척애(隻愛) 자의 뇌쇄(惱殺) 현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시적인 “아름다움은 발작적인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전혀 아름다운 것이 아닐 것이다(앙드레 브르똥) 이러한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까닭은 애써 읽어 온 시들에 대한 허탈감에서 오는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문예사조 2월호 시를 다 읽었다. 독자의 입장에서, 평자의 입장에서 찬찬히 정독하면서 별난 생각이 다 떠올랐다. 특집으로 꾸민 시편과 연재시 편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였고 중복된 시인도 눈에 띄었다. 상대적으로 산문 지면이 절감되어 불균형의 상태를 엿볼 수 있다. 종합 문예지로서 장르별 안배와 균형감각을 통하여 독자의 저변확대를 기할 필요가 있겠다. 한국 문인협회의 장르별 10분과를 모두 수용 배려할 수는 없겠지만 가능한 범위에서 배려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슬픈 짐승의 눈을 뜬 하얀 아침이다 / 푸르던 저 언덕배기 위로 / 휘날려 흔적 덮어버려 하얗다 [……] / 해탈이듯 하얀 눈송이처럼 눈부셨다 / 걸어온 길 돌이켜 봐도 사랑이 / 퍼얼--펄 한강 인도교 위로 체념처럼 / 눈송이처럼 하얗게 쌓여 녹았다 / 마당 한 끝 꿇어앉아 홀로 [……] / 붙잡고 불 질러버린 추억 손 모아 / 어느 춤꾼의 기도처럼 기다려 주는 이 없어도 마음만은 천하태평이라 / 쉬엄쉬엄 세월 가듯 바람처럼 / 춤추듯 눈송이 저∼ 산비알로 하얗다

                                             신영범 시“해탈”일부 -문예사조 2월호

 

이 시가 견인하는 울림은 해탈의 모습이다. 설명하자면 끝이 없는 복잡한 해탈의 경지를 하얀 눈송이에 실어서 구체적인 모습으로 조명하여 보여주고 있다. 해탈이란 현세나 미망(迷妄)의 세계, 윤회 등의 괴로움에서 해방된 이상적인 마음의 상태인데 이러한 내면의 고고한 경지를 하얗게 강 건너오는 눈꽃송이에서 볼 수있는 시인의 안목이 비범하다. 해탈의 모습을 보는 시적 형안(炯眼)도 날카롭고 보조관념의 이미지 창조도 구체적이고 감각적이다.

 “슬픈 짐승의 눈을 뜬 하얀 아침“ ”푸르던 저- 언덕빼기 위로 휘날려

흔적 덮어버려 하얗다“등의 이미지는 ”누구를 미워할 줄도 모른“ ”해탈이듯 하얀 눈송이처럼 눈부셨다”와 연결되면서 해탈의 구체적 형상을 표출해 내고 있다. 슬픈 짐승의 눈을 뜨게한 하얀 아침에 햐얀 눈꽃송이에서 해탈의 너울을 보았고 퍼얼-펄 한강 인도교 위로 체념처럼 하얗게 쌓인 눈의 이미지와 바람처럼 춤추듯 날리는 눈송이로 뒤덮인 하얀 산비알의 이미지로 해탈의 형상은 확산되고 있다.

 

상수리 나무 사이 밤나무 아래로 / 빈 밤송이들만이 하얀 뱃살을 / 허기진 듯 입 벌려

나를 보네 // 산길로 그들먹하니 하늘을 본다 / 버려질 것도 알알이 하늘 우러러 본다

/ 그래서 어느것 하나라도 영글다 // 구름 가듯 물 흐르듯 하는 세월을 오르고 내린 님

발자국따라 무어라 / 꽃 피워 여문 열매 감싼 껍데기처럼 // 기쁨으로 물들어 쌓이는 단풍으로 / 세상 문을 열고 나온 아기 얼굴로 / 아! 가을이라 가을이 주는 형언 붉다.

                                                                                      신영범 시 “가을 산에는” 전문 -문예사조 2월호

 

신영범의 시는 선명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대단한 장점을 갖고 있다. 비유적 이미지라기 보다는 보조관념의 이미지군(群)이 한 편의 시를 형성하고 있다. 시 “가을 산에는”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는 모두 시각적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음이 특징이다. 이 시인의 가을 산에는 들리거나 냄새나는 여타의 자극이 결핍된 적막한 공간에 보여지는 것만 생생할 뿐이다. 청각 장애인의 눈으로 본 가을 산처럼 소리도 냄새도 없다. 단조롭다기보다는 시선이 집중되는 선명성과 강렬함을 보여준다.

“빈 밤송이들만이 하얀 뱃살을” [……] “허기진 듯 입 벌려 나를 보네” “오르고 내린 발자국 따라” “꽃 피워 여문 열매 감싼 껍데기처럼” “물들어 쌓이는 단풍으로” “세상문 열고 나온 아기의 얼굴로 형언 붉다” 등의 이미지는 날카롭고 개성적이다.

 

(1) 무엇이 되어 / 하나님의 산에 오를까 // 깨끗한 손으로 오를까 / 청열한 마음으로 오를까 // 허탄한데 뜻이 없는 / 그래서 거짓맹세 없는 자로 오를까 // [……] //노직 내 영혼이 주를 바라보며 / 방패와 도우심을 믿고 나아갈까 // [……] // 주여! / 화평가지고 가야 합니까 / 절대의 불의 가지고 가야 합니까 // [……} (페이지2)

// 무엇이 되어 주께 산에 서리까 // 그러니 주님 / 폭포에 뛰는 연어처럼 [……} 주의 십자가에 서게 하소서 // 그래서 시온의 산에 서게 하소서.

                                                             이석문 시 “무엇이 되어” 일부 -문예사조 2월호

(2) 칠흑 같은 골짜기 / 내딛는 발은 천만리 길 / 앞이 안보였네 // [……] // 엉금엉금 기고기어 쫓고 쫓아가도 잡지 못하고 / 나딩군다 // 아버지! / 주여, 주여 / 이 인생 구원하소서 // 남은 생애 당신을 위해 당신에 순명하여 살겠습니다 // 바위틈 / 목상을 비추는 한 줄기 빛 / 내려 주셨네.

                                                                                              서병윤 시 등단의 기쁨“ 일부 -문예사조 2월호

 

(1), (2)의 두 편 시를 제시함은 신앙심을 바탕으로하는 종교적 색채를 띤 시작품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하나님, 주님, 또는 부처님은 추상적인 관념의 세계에 존재하는 상징물로서 이와 상관되는 작품에 활용될 때 장단점을 동시에 함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잘 활용되면 약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해가 된다는 의미다. 예술(시)로 승화되지 않을 때 허망한 관념과 개인의 넋두리만 남는다는 점이다. 종교적 신앙시에서 승화란 심오한 관념적 상징물인 대상을 작품으로 구상화(具象化) 해야 한다는 점인데 고도의

시적 전략과 기법이 동원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같은 종교의 신앙인과 다른 편에 서 있는 종교인이나 비신앙인 편에서는 수용하는 감도가 다를 수 있을 것이고 도외시 되거나 거부감을 유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1)의 시에서 “무엇이 되어 하나님 산에 오를까” “오직 내 영혼이 주를 바라보며” “주의 십자가” “시온의 산에 서게 하소서” 등의 시구(詩句)는 추상적이면서 일방적이며 기독교적이다. 다른 편에서 보면 편파적일 수도 있다. 공감영역의 확대 측면에서 시적 승화를 되새겨 준다는 점이다.

 

(2)의 시에서 “아버지! / 주여 주여! / 이 인생 구원하소서” “남은 생애 당신을 위해 당신에 순명하며 살겠습니다” 등의 시구는 독백의 넋두리 같은 공허함만 남아 건져지는 그 무엇이 없고,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신앙인의 눈에는 들리거나 보이는 그 무엇이 있을 수 있겠으나 그것은 아마도 일반적이고 개념적인 범위내의 무엇일 것이다.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측면에서 승화의 문제를 생각토록 한다.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 늙은 비애다 / 푸주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 시인 릴케가 만난 / 슬라브 여자의 마음 속에 갈앉은 놋쇠 항아리다 / 손바닥에

못을 박아 죽일 수도 없고 죽지도 않는 /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또 /

대낮에도 옷을 벗는 어리디어린 / 순결이다 / 3월에 젊은 느릅나무 잎새에서 이는

/연두빛 바람이다

                                           김춘수 “나의 하나님” 전문

 

당돌하고도 엉뚱한 비유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시적 승화를 보여준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언어에 감정적인 분칠도 하지 않고, 무관심한 진공상태에서 이미지의 자유로운 분출을 통한 언어의 창출은 종교 관련 시 뿐만 아니라 현대 시의 진면목이라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시를 읽을 때 발작적인 아름다움에 전율할 수 있을 것이다

종교적 색채를 띤 신앙시의 폭 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좋은 시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월평자의 심경은 회를 거듭 할수록 착잡함을 더해주고 있다. 덕담과 격려는 주례사적 비평이 될 것이고, 지적과 비판은 혐오감을 유발하게 되고, 신랄(辛辣)하고 철저하지 않으면 맹맹한 평문이 된다는 점이 현실과 연관되면서 착잡함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문학평론의 존재 가치와 이유를 알기에 극복의지를 다질 수밖에 없지 싶다.

문예사조의 월평 지면이 살아 있어 문학적으로 외롭지 않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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