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 / 문인서재 / 문학관.com / 문인.com

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
문인.com
작가별 서재
김성열 시인
김소해 시인
김순녀 소설가
김진수 큰길 작가
김철기 시인
류금선 시인
문재학 시인
민문자 시인
배성근 시인
변영희 소설가
송귀영 시인
안재동 시인
양봉선 아동문학가
오낙율 시인
윤이현 작가
이기호 시인
이영지 시인
이정승 소설가
이룻 이정님 시인
이창원(법성) 시인
정선규 시인
정태운 시인 문학관
채영선 작가
하태수 시인

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




▲이효석문학관

 
김성열 시인의 작품읽기

김성열 시인
가을단상
작성자: 김성열 조회: 1233 등록일: 2013-09-22

                                           가을 단상

                                                                                     김 성 열

 

무덥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11층 아파트의 눈높이로 마주 대하는 앞산의 풍경이

가을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점점 무르익어가고 있다. 가을은 어느 날 갑자기 성큼 다가오는

것이 아니고 서서히 오는 일로 보인다. 조석으로 내다보는 공원의 풍경은 어느 날 성큼

변화하는 것도 아니고 저돌적으로 좌충우돌 하는 것도 아니고 하루하루 천천히 느리게

변하고 있다. 사람들은 실제의 시간보다 몇 십 배는 더 빠르게 가을이 오는 모습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인생의 가을 길에 들어선 나이는 귀가 멍멍하고 눈이 침침하여 쇼파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공원의 수목을 내려다보거나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 여름에서 가을로 변하는 계절의 이동은 두부모 짜르듯 경계가 분명하게 오는 것이

아니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은근 슬쩍 오는 것이다. 입추가 지나고 나면 바람결이 살랑살랑

슬그머니 시원한 느낌을 주는데 바뿐 일상에 쫒기는 사람은 미처 알지도 못하게 은근한

변화를 보인다는 것이다.

가을이 걸어오는 모습을 슬로비디오 보듯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백태만상이다. 우선

하늘부터 다르다. 파란 하늘은 너무도 맑아 드높이 떠오르고, 아침 이슬로 씻은 듯 뽀얗게

떠다니는 구름은 신비롭기 그지없다. 온 하늘의 넓은 공간을 자유롭게 유영하면서 몸짓과

표정과 눈빛 살빛으로 시 때 없이 변신을 계속하면서 유유자적 평화롭다, 가을의 구름

덩이는 덩치도 크고 펼쳐진 면적도 넓고 길다. 풀비로 찌익 그어 놓은 듯 점점으로

길다랗게 자국을 내어 놓기도 하고, 얇은 명주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아슬아슬 요원하게

하느적 거린 듯 보이기도 한다. 하늘 한 쪽에서는 또 다른 구름이 유별난 몸짓으로 자기

존재를 과시하면서 주목을 끈다. 해괴망칙한 괴물 형상을 짓다가 낮도깨비로 일그러진

표정에 뿔 달린 머리통을 내어 밀다가 졸지에 선녀로 변신하여 훨훨 하늘 저쪽으로

날아가기도 하며, 또 한 쪽에서 백발 삼천 척의 신선이 흰 도포자락을 너울거리며 날쌔게

날아가는 모습을 짓다가 신선과 천사가 다시 마주보고 천년 동안 때 묻지 않는 함박웃음을

껄껄 웃기도 하는 것이다. 맑고, 파랗고, 드높은 가을 하늘의 뜬 구름은 가늘고, 얇고,

섬세하여 멀리 보이기 때문에 고고하고, 애잔하고, 쓸쓸하고, 고독하다. 선뜻 다가갈 수

없어 그저 바라만 보는 가을 하늘의 구름 띠는 소슬한 가을바람을 솔솔 지상으로 내려

보낸다.

 

가을 하늘의 뜬 구름은 / 제멋대로 피었다가 이즈러진 것이 아니네 / 여러 마리의

백사 떼로 하늘에 찰싹 붙어 / 느린 몸짓으로 기어 다니네 / 가을 하늘의 파란 기운에

이끌려 / 높이 높이 붙어서 따라 다니네 / 여름의 교만을 뉘우친 가을 구름은 / 가늘게

휘어진 몸매로 / 아득하게 멀리 보이네 / 멀고, 파란 속뜻을 이제는 깨달은 듯 / 지엄한

해탈의 몸매로 하늘에 엎드려 있네 / 용서하소서! 용서하소서! / 참회의 눈물을 적시며

드멀리 보이는 / 가을 하늘의 높은 구름 / 감을감을 아슬한 슬픈 매력(졸작< 가을시편6>)

 

인생의 노년 같은 가을은 왜 쓸쓸하게 안겨오는 것일까.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이 자연의 생명력이 약동하는 봄을 지나 울울청청 신록이 넘실대는 여름을 지나 소슬한 바람결에

풀잎이 시들고 나뭇잎이 울긋불긋 각각의 색깔로 단풍이 물들어 가는 가을은 어찌하여

외로움을 더 타게 하는 것일까. 죽음을 예비한 절대한 고독감일까. 하늘이 너무 높고

파랗기 때문에 막막해서 그럴까. 바람이 으스스 소름끼치게 하는 을씨년스런 감각적

느낌 때문일까. 가을의 가을다운 여건은 고요하면서 서서히 감각적 느낌으로 오지만 하늘과

구름과 바람과 산천초목이 만들어 낸 고독감을 심화 시키는 역동성이 우리를 둘러싸기 때문

이리라.

하루가 다르게 변색되어가는 가을 산을 주의 깊게 찬찬이 보고 있으면 사람의 마음도

따라서 변한다. 노년의 신체 구석구석도 자연의 섭리인 양 갖가지 변화가 오고 변화를

감지하는 당사자는 쓸쓸하여 외로움을 많이 타게 된다. 머리카락이 세고 콧털이나 턱수염이

세고 겨드랑이나 은밀한 곳에도 가을의 단풍처럼 털이 센다. 자신의 몸이 단풍들어 급기야

서리까지 내려 맞으면 만추의 인생 가을을 실감하게 된다.

오곡백과가 탱탱하게 영글어가는 들판에 서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숙연한 느낌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한 알의 밀알이 삭아서 새 생명을 낳는 성경의 진리성이나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를 육감으로 느끼기 때문일까. 곡식의 생육과정을 보살펴 온

농부의 순수 애정 같은 것일까. 대를 이어나가도록 점지한 신의 절대적 명령에 순송하는

것일까.내일을 예약하며 마지막을 장식하는 화려한 고독감일까. 가을을 가을답게

받아드리는 것이 노년의 삶을 더욱 값지게 할 것이다. 가을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을

굴리면서 나의 “가을시편”은 창작 되었다. 언제나처럼 가을이 오면 나의 시를 읽으면서

가을 정취에 흠뿍 빠져보는 일이 즐겁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 눈높이로 마주 대하는 앞산의 나무들이 / 사분사분 가을 햇살을

모아 담고 있다 / 가을이 깊어 갈수록 나무들은 / 가을 맛을 더 심오하게 풍기면서 /

여러 색깔로 멋을 더하고 있다 / 자기산화(自己散化)의 몸짓으로 / 하늘나라에 몰입하는/

거룩한 모습이다 / 파란 소나무 잎은 가을의 방관자 / 아카시아, 싸리, 도토리 나무는

노란 색에 빠지고 / 기러기 발바닥 같은 단풍나무 잎은 / 비릿한 피 냄새로 뚝뚝 떨어져

고이고 / 온 산은 자유경쟁의 색깔 멋시장이 된다 / 더 가만히 보고 있으면 / 여러

색깔의 / 단풍 빛이 큰 소리로 일렁인다 / 세월, 세월 / 유수 같은 세월- / 잡히지 않는

이상한 그림자가 / 단풍 색깔의 가을바람에 실려 / 운명처럼 / 휙 휙 스쳐가고 있다.

(졸작“가을 시편11”)

 

나는 오늘 벼알이 영글어가는 들판의 농노를 걸었다. 드넓은 문발 들녘은 허허롭게

고요하고 숙연했다. 고개를 빳빳 처든 벼이삭도 고개를 숙인 조숙한 벼포기도 함께

석여서 가을 햇살을 충분히 받아드리고 있었다. 가을이 제 모습을 숙성시키는 신의

섭리를 보면서 들길을 걷고 있는 나 자신을 논 가운데 허수아비로 세워 놓고 깊어가는

가을을 음미하였다. 계절의 가을도, 인생의 가을도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함께 영글어가는

가을을 보았다.

나도 아내도 지금 한창 무르익은 가을 길에 들어서서 누구에게 떠밀린 듯 허허롭게

걸어가고 있음을 알겠다.

                                             “끝”

댓글 : 0
이전글 선비상
다음글 약천사 대불
번호 제목 작성자 조회 등록일
55 시조 산정호수 물빛 역사 김성열 1122 2015-05-18
54 시조 벽시계 김성열 1073 2015-04-13
53 시조 春雨散吟(춘우산음) 김성열 1046 2015-04-10
52 평론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 김성열 1427 2015-04-04
51 비망록 삭제된 게시물 입니다. 김성열 0 2015-04-02
50 자유글마당 삭제된 게시물 입니다. 김성열 0 2015-03-16
49 평론 발작적(發作的)인 아름다움 김성열 1273 2015-03-11
48 비망록 김성열 시인 명함 김성열 1149 2015-03-10
47 평론 삶에 밀착 된 언어 김성열 1175 2015-02-21
46 개인저서(전자책) 세월의 끝 김성열 1170 2015-02-13
45 개인저서(전자책) 그리운 산하 김성열 1163 2015-02-13
44 개인저서(전자책) 귀향일기 김성열 1127 2015-02-13
43 개인저서(전자책) 농기 김성열 1120 2015-02-13
42 시계추 김성열 1173 2013-12-16
41 목욕탕 김성열 1249 2013-12-16
40 시조 숲과 하늘 외 2편 김성열 1167 2013-12-16
39 수필 효 심 김성열 1244 2013-12-16
38 평론 고향의식으로 채색된 사모곡 김성열 1225 2013-12-16
37 수필 나의 시 나의 시 쓰기 김성열 1262 2013-10-08
36 까친는 날아 김성열 1176 2013-10-08
35 평론 철학적 사유의 시적변용 김성열 1311 2013-09-22
34 시조 빛의 장난 김성열 1198 2013-09-22
33 선비상 김성열 1210 2013-09-22
수필 가을단상 김성열 1234 2013-09-22
31 약천사 대불 김성열 1261 2013-08-15
30 시조 큰 소리 작은 소리 김성열 1245 2013-08-04
29 수필 일상으로서의 시 쓰기 김성열 1258 2013-07-03
28 시조 여기로 이어진 저기 김성열 1242 2013-07-03
27 강물이 되어 김성열 1251 2013-07-03
26 옥불사 독경 소리 김성열 1253 2013-04-26
25 정동진 파도소리 김성열 1261 2013-04-21
24 시조 광화문 네거리 김성열 1223 2013-04-17
23 비 오는 날 김성열 1272 2013-04-17
22 수필 절이 보이는 풍경 김성열 1269 2013-04-17
21 농기(農旗)의 전설 / 김성열 김성열 1214 2013-04-08
20 설악산 바위 김성열 1298 2013-04-02
19 수필 시인의 자괴감 김성열 1355 2013-03-28
18 시조 열매열전(2) 김성열 1349 2013-03-28
17 돌... 김성열 1277 2013-03-23
16 정오의 그림자 김성열 1245 2013-03-23
15 수필 부 자 김성열 1208 2013-03-23
14 수필 어머니의 육자명호 김성열 1405 2013-03-20
13 시조 내리는 눈발 속에서 김성열 1364 2013-03-20
12 시조 차디 찬 비갈 김성열 1625 2013-03-20
11 시비 앞에서 김성열 1301 2013-03-20
10 투명한 눈발 김성열 1570 2013-03-20
9 거리에 흰 눈이 없다 김성열 1289 2013-03-17
8 나무와 그림자 김성열 1252 2013-03-17
7 노래하는 시인들 김성열 1316 2013-03-16
6 눈... 김성열 1295 2013-03-16
1 | 2
이 사이트는 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문인 개인서재)입니다
사이트소개 개인정보취급방침 이용약관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알립니다 독자투고 기사제보

 

Contact Us ☎(H.P)010-5151-1482 | dsb@hanmail.net 서울시 구로구 고척동 73-3, 일이삼타운 2동 2층 252호 (구로소방서 건너편)
⊙우편안내 (주의) ▶책자는 이곳에서 접수가 안됩니다. 발송전 반드시 전화나 메일로 먼저 연락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