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흰 눈이 없다 소한 무렵 한겨울에 흰 눈이 없다 맞은편 16층 아파트 벽은 갈색이고 화단의 낙엽수는 듬성듬성 보초병처럼 묵묵하다 소나무와 향나무는 각각 여섯 그루, 주목 세 그루 지금 청청 푸르다 유치원 아이 다섯이 차에서 내려 병아리 종종 걸음으로 엄마따라 승강기 쪽으로 들어가고 노란 봉고차는 슬금슬금 뒷걸음 치다가 살짝 빠져나간 뒷자리가 냉혹하다 문득 고개드니, 낮달이 찬바람으로 드높아 보리죽 떠먹은 자리에 은수깔이 놓인다 겨울빛을 잃은 허공이 망향 휴게소 가을 하늘로 앵토라져 동천(冬天)의 의욕을 얼리지도 못한다 팔층의 발 아래 아스팔트 포장마당은 검은 빛으로 딱딱하게 굳어 있고 날마다 응얼대는 시장바닥의 양극화(兩極化)처럼 부조리한 빛깔로 겨울의 흰눈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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