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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열 시인
일상으로서의 시 쓰기
작성자: 김성열 조회: 1258 등록일: 2013-07-03
 
                                일상으로서의 시 쓰기
                                                                     김   성   열

  광화문이나 종로 네거리를 걷다보면 승복 차림의 행인을 가끔 만나는
일이 있다. 무심하게 그냥 스치기 보다는 한 번 더 돌아보게 된다. 저 분은
혹시 깊은 산간의 어느 절에서 내려오지 않았을까 하고 엉뚱한 생각을 펼치
기도 한다. 그럴 때에 수행이라는 문제를 되새기며 나 자신을 돌이켜 보는
것이다.
나는 수행을 위해서 산간의 절이나 도심 속의 교회 같은 장소를 찾지 안
는다. 나의 수행 장소는 나의 서재이며, 그 방법은 책을 읽으며 명상하거
나, 일기를 쓰거나, 시를  쓰는 일이다. 내가 읽은 모든 서책이 수행의 교과
서이며, 경전인 셈이다. 그렇다고 아무런 책이나 가리지 않고 읽지는 않는
다. 나는 문학과 관련된 책을 주로 읽는 편인데 그 중에는 심리학이나 철학
이나 윤리학 같은 보조학문의 도움을 받아 더욱 깊은 문학정신을 심화시켜
나간다. 불경에서 가르치고 있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읽고 생각하는
가장 기본적인 룰(규칙)이 된다. 더 부연하자면, 화엄경에 나오는 다음과 같
은 정신이다. “일체 만법이 오직 마음뿐이며, 마음 밖에 따로 아무것도 있
을 수 없거니 마음과 부처님과 중생의 이 세 가지가 차이가 없다“(三界唯一
心 心外無別法 心佛及衆生 是三無差別)결국 마음속에 우주가 들어 있
다는 뜻으로 나는 받아들이면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이나 꿈의 해석을 읽을 때나, 서양철학에서
이야기 되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 라는 내용을 읽을 때 그 내용을 항상
내 마음 속에 대입시켜 보는 일이다. 이러한 추구가 수행법으로 적합 하느
냐 않느냐 하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나 자신의 자아를 찾아 끝없는 행군
을 계속할 뿐이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문제는 상실해 가는 자아를 회복하는 일이다. 자아
의 본체에 대해서 보다 확실한 인식을 갖자는 것이다. 자아의 본질인 참 나
(眞我)에 대해서 알고 싶은 강열한 욕구가 나의 일상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
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일기를 쓸 때는 마음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다. 하루의 일과를 되
돌아보면서 그 행동 하나하나가 나의 마음의 파동(波動)임을 의식하고 그
행동들에서 내 마음을 찾아내려는 것이다. S-R(자극,stimulation-반응,
response)라는 행동공식이 있다. 이 공식은 어떤 자극에 의해서 필연적으로
행동반응이 일어난다는 이론이다. 다른 말로 바꾸자면 어떤 행동이든 그
행동을 낳게 하는 외부 자극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을 내 자신의 제
반 행동을 통하여 분석해 보는 일이다. 내 행동에 대한 외부 자극은 어떤 것
이며 그러한 자극에 반응했던 행동에서 심리적 상태를 찾는 것이다. 나의
행동을 낳게 하는 외부 자극이야 어떠하든 그에 반응한 행동이 중요한
분석의 대상이 된다. 그 내용이 내 자아(自我)의 참 실체가 된다는 확신을
갖는다는 것이다.
  내가 일기나 시를 쓰기 위해서 조용히 명상할 때에도 명상의 주제는 마
음의 그림자이다. 프로이드가 분석해 낸 무의식에 관해서 많은 시간을 할애
하곤 한다. 내 생명을 지탱하는 심적 에너지는 바다 밑에 잠겨서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하는 얼음 덩어리 같은 무의식인 것이다. 이러한 무의식의 세
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자아탐구의 핵심적인 방안이 되리라는 확신을 나는
갖고 있다. 무의식의 심연이란 생명의 오묘함처럼 신비한 세계임으로 쉽게
보여 지거나 증거 할 수가 없지만 그러한 영원한 미궁의 매력에 더욱 이끌
리는 것이다. 나의 일생 동안의 모든 체험과 심리적 동향이 이 무의식의 창
고에 저장되어 있는데 그 보물을 찾아서 꺼내  쓸 수 있다는 일은 얼마나 행
복한 일인가. 나의 자아를 회복하는 요긴한 방법으로 즐겁게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시를 쓸 때에도 시선이 마음으로 향한다.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오는 정
서적 자극물이 시적 대상이 된다기보다는 그 반응과 반응 과정이 중요한 표
현대상이 된다. 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심리적 동향을 관찰하는 일이 내
시 쓰기의 큰 맥락이 되는 것이다. 사물시를 쓸 때에도 마찬가지 방법이 동
원된다. 관찰된 시적 대상이 나의 내부에서 어떻게 오성작용을 거치게 되
는가를 세심하게 분석해 보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내용의 이론적 근거는
심층심리학과 칸트의 인식론에서의 감성과 오성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예
를 들자면 소나무라는 사물을 시로 쓸 때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를 수 있고,
현재 관찰한 소나무 주변의 풍광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서 회상되
는 내용을 기록하여 그 내용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는 것인데, 이때에 나
의 잠재의식을 포착하는 단서를 붙잡아서 시의 중요한 표현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잠재의식의 단서란  회상의 스크린에 나타난 영상(影像)이 어떻게,
왜 나타났는가를 천착해 보는 일인 것이다. 그 결과로 붙잡힌 단서가 무의
식의 그림자 같은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그 핵심을 시적 언어로 문맥화 하는
일이 내 시 쓰기의 요체가 된다.
  이러한 일상 속에서의 생활태도는 굳이 불교에서 말하는 수행정진이라
는 과업과 관련지워 보는 것은 나로서는 필연적인 사유의 결과물이라는 생
각을 갖기 때문이다. 또한 내 마음을 보고자 하는 노력은 마음을 갈고 닦아
내는 전초작업이며, 그러한 노력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낸 수행 방법으로
작용했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 생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 온 나는 퇴직 후에 조용한 나의 시간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가보고 싶은 낯선 곳을 향해 여행도 떠나고, 시도. 소
설도 쓰면서 지낸다. 이러한 유유자적(悠悠自適)한 생활 속에서 더욱 나를
아름답게 가꾸어 보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나를 아름답게 가꾸는 일은
참회라는 말보다는 수행정진이라는 불교용어가 더 절실하게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까닭을 나는 알고 있다. 그만큼 불교적인 사유가 내 무의식(잠재
의식)에 깊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거리에서 스쳐지나가는 승복차림의 그들을 대할 때 생활 속의 수행을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은 일상생활 내의 자극이기 때문일 것이다.
격식을 차려 입산수도 한다거나 웅변으로 증거 하는 교회의 설교가 아니라
도 내 스스로 충분히 나를 지탱할 수 있는 수행 태도를 견지(堅持)하고, 그
것이 신념으로 굳어져 있기도 하다.
  온 세상은 오직 내 마음 안에 있다. 나의 마음을 관찰하고 다스리는 일
이 나의 신앙이다.
一切唯心造...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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