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열
오두산 전망대는 집에서 삼십리 길
자유로 뻗은 길은 강물 따라 거침없고
가다가 막힐 땅인데 사차선도 비좁다.
실향민 망배단(望拜壇)엔 놓인 꽃도 시들어
무심한 세월실어 끝도 몰라 기다려 있고
벽안(碧眼)의 외국인 부부 이색 표정 못 푼다.
강변의 철조망은 활시위로 팽팽하여
당겨진 손목은 굳어 공이처럼 뻗치고
초병은 말도 잊은 채, 조국이여 사랑이여.
병사들 눈독으로 강물은 멍들었다
시퍼런 유속(流速)인들 그냥 못 가는 길목에서
육십년 울음도 지쳐 목울대도 저립다.
지척의 거리에 인공기는 펄럭이고
합수터 넓은 강폭, 하늘 바랜 자유를
양켠의 땀도 눈물도 마저 품고 잠긴다.
통일로 끝자락, 임진각 휘돌아온 물
세월도 말 없음을 흘러흘러 알리고
자유의 다리목께서 핏물 녹물 실어 오네.
멀고도 깊어진 460미터 저쪽에
반도의 허리쯤에 배꼽 같은 옹골진 흙밭
여기로 이어진 저기, 아득히도 가깝네.
우리는 살아요, 우리식으로, 동무들...
그대로 보고말고, 아무말도 말아요
역사를 죽일 놈으로 풀밭 밟고 살아요.
전망대의 태극기는 휘날림도 목이 꺾여
바람도 귀찮은가 처진 어깨 짓눌리어
이래야 쓰겄느냐고 눈 흘겨 꼿꼿 섯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