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에 쓰는 산골편지.2
뻐꾸기가 울고 있네요.
영일대 누각에서
바다 풍경을 보고 있 노라며
지인이 카톡으로 안부를 전해 오는데
나는 해지는 산동네 청 마루에서
앞산에 출렁이는 신록을 습관처럼 바라보며
야생의 삶을 생각하고 있어요.
오늘은 동네 야산자락
왕대밭엘 다녀왔어요.
멧돼지가 춘 곤기를 겪는지
죽순을 모조리 파먹었던데요.
간신히 멧돼지가 남긴
죽순 몇 개 도려 와서 껍질을 까고 있으니
아내가 죽순 철인지 어떻게 알았냐며
지나는 말투로 한 마디 하데요.
.
아마도 촌놈답다는 의미겠지요
어쩌면 야생이라는 단어와 촌놈이라는 단어가
조금은 의미 연관이 있는 것도 같고요.
내사 촌놈으로 사느라
죽순 철을 아는 게 당연치만
야생돼지는 죽순 철을
어찌 알았을까요.
분주한 농촌의 봄이 저만치 멀어져 가네요.
녹음이 뿜어내는 싱그러운 공기에 몸을 담그고
모처럼 즐기는 망중한에
그대 모습까지 떠올리니
촌부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져요.
멀리서 논 개구리가 울기 시작했어요.
어느 산사의 목탁소리가 이보다 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할까요,
풀 먹인 모시옷을 두들기던
엄마의 다듬이 소리 같은
논 개구리 소리에
산동네가 아이처럼 잠드는데요,
아!
야생의 뇌리에 울리는
야생의 소리는
외로움처럼 아름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