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사월 호숫가에서
고요한 연못에 처음
하나 둘 봄비가 떨어 질 때
꽃 봉우리가 터지며 생기는
대지의 미세한 진동으로만 알았습니다.
봄비가 흠씬 호수의 고요를 두들기자
이윽고 호수는 만신창이로 변하고
꽃도 잎 새도 함께 울엇습니다.
호수에 무수히 구멍을 내며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하나가
온 봄 산천에서 떨어진 꽃잎임을 깨닫고
나는 비 오는 호수 가에 낚싯대를 드리운 채
사쁜 사쁜 물위에 떨어지는 꽃잎들을
무심히 세고 있습니다.
봄비로 인해
꽃들이 피는 줄 만 알았지
저렇게 무수한 꽃들이
사월의 물위에 떨어질 줄은
참으로 몰랐습니다.
붕어가 빈 낚시 바늘을 건드리는지
봄비 잦아드는 호수위에
낚시찌가 신호등처럼 깜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