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과 여자
스물 살 여자는
금방 피어서
꽃이슬이 촉촉한 우윳빛 벚꽃 같다
서른 살 여자는
뽀얀 알몸으로
꿀벌과 사랑에 빠진
활짝 핀 벚꽃 같다
마흔 살 여자는 아직 꽃이나
색깔이 자꾸만 서러워지는
빛바랜 벚꽃 같다
오십 살 여자는
듬성듬성 꽃잎이 지고
늦 꽃송이 하나씩 온전한 벚꽃 같다
육십 살 여자는
꽃 밭침만 가지 끝에 소복이 달고
오히려 이파리가 아름다워
미풍에도 손사래 치는
체념하는 벗 꽃 같다.
칠십 살 여자는
꽃이었던 기억조차 잊고
여자도 여우도 꽃도 아닌
비로소 사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