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흥동 역전골목
이곳에 더 이상
열차는 오지 않는다.
역사가 있던
용흥동 역전골목에
하나 둘 홍등이 꺼져가고
빛의 갈증을 못 이긴
불나방들이
허연 가로등을 에워싸며
북새통을 이루고
돈도 일도 갈 곳도 없는
남루한 눈빛의 노인들이
낡은 벤치에 앉아
건너편 구멍가게에서 멱살잡이해온
깡 소주를 삼키고 있다.
삶이
소주보다 독하다
삶이 독해서
소주로 삶을 해독하며
저들은 저렇게 살아온 거다.
한 평생
양보 받지 못한 삶을 살아온
저들에게
세상은 비로소
저 공간을 양보 했구나
저들의 남은 역할은
저 공간을
저렇게 메우는 거구나.
c 8
소주보다 싱거운 삶은
삶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