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가 아름답다
깃드는 소리와
떠나는 소리가 다르다
재 선충으로
죽은 소나무가 서있는
호수의 작은 언덕에
깃드는 소리를 내며
또 다른 소나무가 자랄 것이다.
떠나는 소리 끝에 맺히는
이슬은 언제나
흔적이 없다
태양이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생의 반복으로 생긴 작은 호수에
빛바랜 잎 새 하나
물바람을 만지작거리며
망설이다가
없는데
!
호수 가득
푸른빛의 고요로 살던
신들의 행방이 궁금하다.
신과 신이 아닌 것들의 경계가
육체가 머금은 물중에 이물질이 얼마나
섞여있느냐에 있는 것 같은데.
물처럼 살 일이다
차가운 지성을 머금은 호수의 물처럼
어디에 멈추어도
하나 썩을 것 없는...
죽은 소나무가 서 있는
초겨울 새벽 호수에
자욱이 길 떠나는 물안개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