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에게
지친
영혼이 기절하는 밤
영혼 속에서 영혼이
그 영혼 속에서
다시 영혼이
탈출의 나래를 파닥인다.
저
영혼
어느 꽃밭에
어느 꽃송이를 어루만질까
!
외롭지 않은 밤과
그립지 않은 밤이 슬프다
내 피가 나를 향해
개처럼 짖어대는
어이없는 새벽일랑
사양하자
나의 아이가 나를 보고
놀라서 울고
아내가 물끄러미 나를
내려다보는
그런 아침도 사양하자
형광등 불빛을
사랑하느라
벌래들은 밤새워
차가운 유리창을 쓰다듬다
죽었다
전조를 알지 못한 사내들이
흠뻑 소나기를 맞으며
허연 가로등 아래로 걸어갔다
곡조가 단조로운 밤새여
어찌 목 놓아
새벽을 부르는가?
生의 무개를 지탱하던
사늘한 부력을 밀치고
새털처럼 가벼운
영혼이여
허름한 산천에라도 좋다
오직 나만을 위해
꽃이 피는 그런
화원을 찾아 나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