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낙엽이 진 뒤의 겨울나무는
물 한 모금 마실 정도의 기력조차 없다.
그냥 삶을 멈추고 봄을 기다릴 뿐이다.
세상에는 겨울에도 이파리를
온전히 가지고 있는 상록수가 많다
겨울이면 이파리를 남김없이 버려야 하는
나무들의 아픔을
그들은 알 턱이 없고
겨울바람에도 그들은
힘차게 잎 새를 펄럭인다.
펑 펑 눈이 내리는 한겨울
자꾸만 줄어드는 연탄더미를 걱정하며
19공 연탄구멍에 집게를 꽂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관령이나 춘천의 스키장에서
야호를 외치며 활강하는 그들에게
알아달라고 요구할 수 없는 세상이다
그런 生의 현장에서
.
가슴깊이
혹은 외투처럼 두텁게
동상을 입은 이들에게 오는 봄은
축복도 사랑도 그 무엇도 아닌
잠깐의 휴식일 뿐이다
봄꽃이 지기 무섭게
겨울이 오는 까닭이다.
봄을 미끼로 그들을
더 이상 착취하면 안 된다.
세상이 이미
부자와 가난한자와의 관계를
착취하는 자와 착취당하는 자의
관계로 설정해 놓고
혹독한 착취를 감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