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경(春景)
백목련 꽃그늘을 비켜
감자 싹 도톰하게 돋는
순결한 세상에
아기천사가 나려
크레용으로 낙서중이다.
천사의 낙서를 좆아
사람과 짐승이
분간 없이 어울리며 꽃놀이 하고
아직 꽃을 얻지 못한 잡초들의 몸짓은
총각처럼 들판에 푸르고
시인의 눈은
세상을 닦아낸 걸레처럼
검게 빛나고 있다.
시인이여
고개를 돌리라
어찌 시인의 입으로
어설피 이 봄을 노래할까.
아! 나는 또
순환계(循環系)의 무슨 엄명을 받들며
삶을 영위하는 것이어서
이 춘경(春景) 어느
꽃가지에 걸어두고
일터로 가는 것이냐
인간을 꽃피우러
가는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