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천의 풍경
서당 이기호
성남교를 지나 중탑교로 가는 길
파릇한 버들잎 사이로
쏟아져 내린 햇볕은
무심한 물소리 흔들어 놓고
쉼 없이 천수경 외워대는
스님의 이마처럼 빛난다
미련스레 마주 선 아파트 숲
비집고 흐르는 물소리만이
변치 않을 여수천의 희망이라
미련 없이 따라가는 꽃잎도
썩은 땅 파헤치는 지렁이도
잃었던 희망으로 환생되려는지
바람 따라 피어난 아카시아 꽃
바람 따라 떠나간 라이락 향처럼
느티나무에 둥지 튼 까치
돌아갈 고향 잃은 겨울 철새도
여수천의 비밀을 아는가
삶은 흐르는 물과 같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