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메아리
오낙율
멀쩡한 언어 한줄 붙잡아
열심히 색칠을 했다
언어는 파랗게 질리고
마침내 붉게 빛났다.
헤실헤실 꽃처럼 웃다가
넋 나간 순이 처럼 웃다가
언어는 창백한 메아리가 되었다.
슬픈 여운이 무리지어 서식하는
아득한 봄의 허공에
아른 아른 메아리 일면
허공이 춤춘다.
시인의 가슴 속에서
너울너울 허공이 춤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