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에서
나무들이
작별의 파티를 하고 있다.
고로쇠나무, 산 단풍나무, 떡갈나무,
물푸레나무, 상수리나무, 뿔 나무
갈참나무, 떡 머루나무...
계절의 숙명 앞에서
저마다의 색깔로 웃으며
이별 앞에서
눈감고 하는 포옹쯤이야
뉜들 못하랴
돌아서서 눈물 훔치는
그런 작별이야 뉜들 못 하랴
작별이란
나누던 정의 무게를
서로가 부담 없이 가늠해보는
그런 시간인 것을
저렇게 화사하게 웃으며
가늠해도 되었던 것을...
이제
저 아름다운 작별은
새 소리 물소리 꿈결에 들으며
깊은 잠에 빠져 들겠지,
얼마의 시간도 함께
잠이 들겠지,
고목 어디쯤 둥지에서
작은 원앙이의 사랑노래가 들리고
잠 덜 깬 계곡의
물방울 연주가 시작되면
발치에 쌓인 탈색한 낙엽을 털고
저 산은 다시 배시시 깨어나
해후의 꽃 잔치를 열겠지.
아름답게 작별했던 이유로 해서
아! 저 산에는
저 산에는
아름다운 봄이 다시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