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회상
파리가 내 얼굴을
조목조목 훑을 때만해도
그늘나무아래서 개미가
내 온몸을 샅샅이 뒤질 때만 해도
나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그 고통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
단풍처럼 붉어진 그녀의 입언저리에서
헤픈 사랑이 낙엽처럼 솥아 져
내 서러운 어깨위에 내려앉아도
애써 어깨를 털지 못했다.
복받치는 사랑의 언어를
군침처럼 삼키며
낮선 가을의 창가에 서서
방향도 없이 사랑의 기도를 올리던
내 젊은 날의 노스탤지어.
사랑은 감당하지 못하는 가을처럼 왔다가
책임지지 못할 가슴 하나쯤
낙엽처럼 떨 구고 가도 좋았을 것을
세상인심이 그렇고 그럴 진데
계절의 인심이야 말해서 무엇 할까.
사람들의 기도가 하나같이
사랑을 얘기할 때
나는
더도 덜도 아닌 자연이어서
그저 가을에는
가을의 깊이만큼
사랑하며 살고 싶다.
가슴깊이 상처하나
애지중지 품고 살았다
이제 그 상처의 쓰라림보다
양파껍질처럼
그 상처를 첩첩이 감싸주던
여인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티끌에라도 매달려 머물고 싶은
늦가을 잎 새가
저리도 소리 내어 우는 날에는
구겨진 지폐의 지엄한 현실 앞에
사랑을 거짓으로 노래하던
아!
옥 다방에 설 양아
네 붉은 입술로
저 초라한 잎 새를 향해
한 번만 더
사랑한다 말해주지 않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