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잎이 노랗게 물들면
민문자
은행잎 노랗게 물든 가을이면 서럽다
일찍 세상 떠난 벗 생각에
슬픔이 몰려와 날개를 펼친다
골육지정(骨肉之情)을 나누던 가족과
벗들의 손을 뿌리치고 왜 그렇게
빨리 검은 캐딜락을 탔을까
내 가슴에 슬픈 숙제 심어놓고
그녀는 제 몸이 땅속에 묻힐 때도
하얀 국화꽃 속에서 활짝 웃었다
사람들은 그 와중에도 음식을 맛나게 먹었지
어언 5년이란 세월의 강이 흘렀다
그녀는 동막골 소나무 아래에 누워서 밭둑에
죽 늘어선 은행나무 노란 춤사위를 바라보며
이제나, 저제나 조바심으로 은행잎 밟고 오는
내 발걸음 소리를 기다릴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