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보 박태원 작품 낭독회와 천변풍경 그림전
— 구보, 다시 청계천을 읽다. (구보 박태원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
동아일보 앞 청계천 광장에서 2009년 10월 12일 18시에 구보 박태원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구보 작품 낭독회와 문학그림전이 함께 열렸는데 조선일보사와 구보학회 후원으로 대산문화재단과 서울문화재단이 주최하고 문학사랑과 부남미술관이 주관한 행사이다.
청계천 광장 주변의 높은 빌딩을 휘황찬란하게 비추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행사장 앞의 하얀 물을 내뿜는 분수가 어둠과 미묘한 조화를 이룬 환상적인 밤에 문학을 사랑하는 청중들이 가득하다.
광장 한쪽에 가설해 놓은 천막에서는 《천변풍경》등 구보작품의 안과 밖을 새롭게 형상화한 9명의 화가가 그린 문학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그림전에는 김범석 김성엽 민정기 이인 임만혁 주영근 최석운 한생곤 등 8명의 화가 그림과 소설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윤후명 소설가의 그림이 있어 이채로웠다. 광장의 높은 소라탑 끼고 만든 가설무대에서 행사는 구보학회 이사이기도 한 경기대 강상희 교수, 소설가 윤후명, 연극인 전무송, 구보의 유족으로 막내딸 박은영 등이 착석하여 국문학 교수인 강상희 교수가 사회를 보며 진행하였다.
박태원작품 낭독회는 《천변풍경》과《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의 주요 부분을 발췌한 세 토막과 두 토막었다. 《천변풍경》은 가평 시골에서 올라온 소년의 눈으로 본 서울 모습을 담은 이야기이다. 윤후명 소설가가 한 차례, 전무송 연극배우가 두 차례 낭독을 하였다. 그리고 복개되기 이전 청계천 옛 모습 이야기를 하였다.
전무송 연극배우는 ‘판자촌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매우 더럽게 느껴졌던 것을 기억한다.’라고 했고 강상희 교수는 ‘후각이상의 독특한 냄새로 기억된다.’라고 하였다. 윤후명 소설가는 ‘1961년에 청계천에 와 보았는데 매우 지저분했다.’라고 하였다.
사회자는 박은영 씨에게 청계천 풍경이 기억이 나느냐고 묻자, 여기서 자라지 않아 기억이 없다고 하였다. 강상희 교수는 대통령을 배출한 청계천이기도 하다고 하였다.
구보 씨 자신을 그린 듯한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두 토막 낭독은 첫 번째로 박은영 씨가, 한 토막은 윤후명 소설가가 낭독하였다.
— 구보 박태원 작품을 영상으로 만들면 어떻게 될까요?
“있는 그대로 만들면 모든 작품상을 탈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사회자의 물음에 전무송 배우가 답하였다.
“ 남북에서 모두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는 분은 박태원 선생이 유일할 것이다.”라고 김상태 구보학회장이 말했다고 사회자는 덧붙였다.
윤후명 소설가는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오랫동안 잊혀 불행한 일이었습니다. 1931년의 이야기, 천변의 작은 일들을 소상하게 잘 그려냈습니다. 수법에서 우리 소설에서는 그 기법이 매우 신선하고 새로웠습니다. 나 자신도 ‘이런 기법으로 소설을 써야겠다.’ 하고 시작하고 있습니다. 구보의 천변풍경의 가치는 최근에는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고 가장 우리 문학의 높은 성취를 한 작품입니다.”
사회자가 박은영 씨에게 질문을 하면 곧바로 “이 오빠!”하면 구보 씨의 큰아들 박일영 씨가 방청석에서 나와 답변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곤 하였다.
‘이 오빠’ 란 어릴 때 ‘일영 오빠’라는 발음이 안 되어 맏이인 일영 씨는 ‘이 오빠’가 되고 맏언니는 ‘이 언니’가 되었다고 한다.
장남 박일영 씨(70세)가 12세까지 성북동에서 살았다고 하면서 구보 박태원 선생과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동네 아동들이 어른들이나 부르는 낯간지러운 유행가를 부르는 것을 못 마땅하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모아놓고 참외 수박을 먹이며 영어 노래, 보리수를 독일어로, 한국가곡, 독립행진곡 등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아버지가 26세 때 쓴 작품《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은 늦여름 이야기인데 실제로 그 무렵에 어머니를 만나고 혼인이 10월에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소설은 당신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썼습니다.”
윤후명 소설가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구보 《천변풍경》은 객관적으로 묘사하였고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은 3인칭 소설로 되었지만 사실은 1인칭으로 된 소설이었습니다. 문학적 특징으로는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 벗이 나오는데 틀림없이 이상일 것입니다. 이상이 만나자고 할 때 ‘집에 있겠다.’ ‘좋은 글 쓰시오.’ 의 대화가 나옵니다. 내일부터는 꼼짝 않고 소설을 쓰겠다고 각오하고 있는 이상과의 우정이 오늘에 와서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구보는 방에서 소설을 쓰고 이상은 동경으로 갑니다. 이상은 작품 《날개》에서 화신백화점 미쓰비시 옥상에 올라갑니다. 이렇게 서로 가는 길이 달라졌습니다.”
강상희 교수가 전무송 배우에게 이야기 하였다.
— 영화《만다라》를 감동깊게 보았습니다. 우리의 고뇌와 이상을 어떤 심정으로 열연했나요?
“사실 이 작품 처음 대했습니다. 다 읽고 나면 무언가 가슴에 남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적인 모습을 그린 작품입니다. 《만다라》도 지산스님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일상적인 모습을 찾으려 대중에 뛰어듭니다. 어쩌면 무미건조한 작품 같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어떤 묘미가 있습니다. ”
윤후명 소설가가 마지막으로 “십여 년 전부터 구보 작품 읽고 저도 그런 길을 걸어가고 있는 입장에 이 자리에 참석하고 그림까지 걸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소설 열심히 쓰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이제부터 구보 선생 소설을 많이 읽겠습니다” 라고 전무송 연극배우도 결심한듯 말하였다.
구보 선생의 작은 아들 박재영 씨가 “구보 박태원 탄생 100주년 기념” 마지막 행사를 안내하고 형제끼리, 또 전무송 연극배우와 포즈를 취해 주었다.
문학그림전에서는 화가들이 박태원의 《천변풍경》과《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을 읽고 상상력으로 희화적으로 형상화한 청계천변의 구보 초상, 구보의 이발 모습, 빨래하는 여인들, 천변풍경, 포목점 주인, 여급 하나코, 평화카페, 청계천 희망도 등 소설 속 풍경과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문학그림전이 10.12(월)-15(목)까지는 청계광장에서, 10.19(월)-27(금)까지는 부남미술관에서 계속된다.
(2009.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