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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들깨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1039 등록일: 2010-12-16
들 깨

詩/海 月 정선규

들깨밭 언저리
산파가 한낮을 찌들어지는 열기로 받아내던 날
밭고랑 등줄기 타고 쌕쌕거리는 숨소리 죽여가며
이파리로 깨알 숨기고 다소곳이 서 있다
태양빛에 그을린 고소한 깨강정으로 익혀
입안 가득 볼 터지게 채워 시집갈 날 기다리던 시절

끈적이는 유월의 사막더위도
어머니의 호미질을 붙들지 못한 채로
들깨밭 수두룩하게 메우고 늘어져 있던 잡풀들이
더위 먹어 지친 한숨 엮어 땀 옹 앓이 돋치던 날엔
태양이 내뱉는 열풍기로 끈끈하게 녹아버려
볶아진 고소한 들 맛으로 입안을 빼곡히 채웠다

언제부터인가
비탈 배기 들깨밭엔
비닐하우스가 하나 둘 햇빛걷기로 모다기더니
특산품이라는 고장이름 치장으로
들깻잎이 사랑 따라 전국으로 간단다
분 바르고 목욕 재개한 꽃 단장에
약수로 은은하게 귓전을 맴돌던 음악 풍월로
얼씨구 어깨춤 사위어가고 대자연 속 품 안의
깨알이 아닌 추부깻잎이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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