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민문자
앞산에 떠올라 우리 동네를
환하게 밝혀주던 그대
보름마다 옛이야기를
무궁무진하게 들려주었는데
석별의 정도 전하지 않고
훌쩍 고향을 버리고
먼 이방으로 시집갔다고
배신감이 들었나
도깨비 이무기 나온다는
후미진 어두운 밤길도
동행해서 두려움을 쫓아주었는데
컴컴한 골목길에서 오들오들 떨어도
그대의 존재 어디에 있는가
멀리 보이는 공 같은 노란빛
그대인가 하고 반가웠네 그러나
내 걸음 따라오지도 못하는
그대 닮은 가로등 불빛일 뿐
도시로 시집와 휘황찬란한 거리에서
허풍선을 타고 노니다가
두 눈이 뒤집혔었지 뒤늦게
향수에 젖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그대가 반가움인지 비웃음인지
미소를 흘리고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