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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문자 시인
보름달
작성자: 민문자 추천: 0건 조회: 12713 등록일: 2010-09-05

  보름달

 

                            민문자

 

앞산에 떠올라 우리 동네를

환하게 밝혀주던 그대

보름마다 옛이야기를

무궁무진하게 들려주었는데

 

석별의 정도 전하지 않고

훌쩍 고향을 버리고

먼 이방으로 시집갔다고

배신감이 들었나

 

도깨비 이무기 나온다는

후미진 어두운 밤길도

동행해서 두려움을 쫓아주었는데

컴컴한 골목길에서 오들오들 떨어도

그대의 존재 어디에 있는가

 

멀리 보이는 공 같은 노란빛

그대인가 하고 반가웠네 그러나

내 걸음 따라오지도 못하는

그대 닮은 가로등 불빛일 뿐 

 


도시로 시집와 휘황찬란한 거리에서

허풍선을 타고 노니다가

두 눈이 뒤집혔었지 뒤늦게

향수에 젖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그대가 반가움인지 비웃음인지

미소를 흘리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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