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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문자 시인의 작품읽기

민문자 시인
초복
작성자: 민문자 추천: 0건 조회: 4455 등록일: 2021-07-11

         초복

 

                           민문자

 

 

엊그제부터 왜 그리 더울까 했더니

바로 오늘이 초복이란다

가장에게 마늘껍질을 까달라 해놓고

가게로 달려가 영계 두 마리를 사 왔다

 

잘 씻은 발가벗겨진 닭 뱃속 가운데에

찹쌀을 넣고 마늘과 대추로 구멍을 막아

압력솥에 담아서 삼십 분 넘게 가열했더니

알맞게 백숙이 잘 되었다

 

맛있어요?

, 맛있네!

제 요리 솜씨가 좋아서 맛있는 거예요

그래요, 아주 잘 했어요

 

어린아이들처럼 소꿉장난처럼

점점 더 늙어가는 병든 가장을 위해서

나름 지혜랍시고 생각해낸 생뚱맞은 대화

내뱉어놓은 내 언사가 부끄럽다

 

사실 나의 요리 실력은 알아주는 낙제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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