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
민문자
엊그제부터 왜 그리 더울까 했더니
바로 오늘이 초복이란다
가장에게 마늘껍질을 까달라 해놓고
가게로 달려가 영계 두 마리를 사 왔다
잘 씻은 발가벗겨진 닭 뱃속 가운데에
찹쌀을 넣고 마늘과 대추로 구멍을 막아
압력솥에 담아서 삼십 분 넘게 가열했더니
알맞게 백숙이 잘 되었다
맛있어요?
응, 맛있네!
제 요리 솜씨가 좋아서 맛있는 거예요
그래요, 아주 잘 했어요
어린아이들처럼 소꿉장난처럼
점점 더 늙어가는 병든 가장을 위해서
나름 지혜랍시고 생각해낸 생뚱맞은 대화
내뱉어놓은 내 언사가 부끄럽다
사실 나의 요리 실력은 알아주는 낙제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