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림질하면서
민문자
어릴 때 옷 손질을 잘못하면
어머니께서 한숨을 크게 쉬시면서 혀를 차셨지
저년 시집가서 누구 속을 썩여줄는지 쯧쯧!
흥, 세탁소에 맡기면 되지요!
학생 때와 처녀 시절에는 매일 다림질을 해서 입었다
그간 많은 세월이 흘러 여러 가지 섬유 소재 발견과 더불어
과학적으로 산업화하여 웬만한 옷은 세탁해서
그냥 입을 수 있고 다림질이 필요한 것은 세탁소를 이용한다
절대로 자신의 옷은 더 사 오지 말라 했는데
모처럼 백화점에서 남편 여름 남방셔츠를 사 왔다
포장지를 걷어내고 펼쳐보니 접힌 자국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래서 꽤 오랜만에 다림질하려고 다리미를 꺼냈다
다림질하기가 싫었지만 옛날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노처녀 시절 하루는 숙부께서 나가서 선을 보라 하셨다
한여름인데 맞선 보는 자리에 나가보니 제일 먼저
남방셔츠 굵은 주름이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새로 사온 옷을 다림질 안 하고 그냥 입고 나온 것이다
지금 뒤돌아 생각해 보면 별 흠도 아닌데 두 번 볼 것도 없었다
‘선보러 나오는 사람이 이럴 수가!’
일 년에 몇 번 안 하지만 다림질할 때마다 떠오르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