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너울
海月정선규
가을이라 불어오는 바람은
내 닭살 같은 살갗을 까칠하게 스쳐 간다
따사로운 햇살이 너울너울 온기를 띄워놓았다
먼 산을 바라보니 산허리능선을 타고 흘러내리는
관능미에 얇은 옷깃만 펄럭인다.
가을은 너울너울 바람을 지어 저녁으로 향하고
산 어깨에 걸친 어깨선은 선녀의 날갯짓 하며
산을 들어 올려 오롯이 하늘로 달아나고
하늘만 높다.
서산마루 끝에서 햇살의 세례는 동나고
어깨를 가로질러 서쪽으로 막 넘어가는
해를 잡은 무게를 동쪽 하늘 처마 끝의 보자기에
다소곳이 싸서 오늘의 내일이라 유통기한을 표기하여
보류함에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