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
海月정선규
배추에 소금 절인 김치처럼
소록소록 잠으로 맛들어간다.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새치름하다
사내의 눈앞은 캄캄하게 수면과 맞닿는다.
그 언제 단비에 젖어나 보았을까
희뿌옇게 마른 먼지가 나일론 스타킹처럼
떠돌아다니며 따꼼따꼼 정전기를 일으킬 때면
반딧불에 별빛까지 떴다가 다시 꽃처럼 지고
이윽고 밑바닥 잠까지 써레질하는 이명의 벨 소리에
세상은 고요하다.
그래 세상에서 보이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처럼 여길 줄 아는
자족으로 나를 실현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