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곤드레만드레 술 취한 사내가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그 사내는 비틀비틀 걸어서 간신히 몸을 가눈 채 골목 중간쯤에 서서는 갑자기 옷을 벗어 전봇대에 걸어놓고 신을 벗어 가지런히 모아놓고는 땅바닥에 어여쁘게 누워 곤하게 자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때 마침 한 여인이 그 옆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여인은 술 취한 사내 옆으로 가더니 크게 말했습니다 "아저씨 빨리 일어나세요. 집에 가서 주무셔야지요" 사내는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몸을 뒤척이더니 일어서려는 듯 한쪽 손으로 땅을 짚으려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이게 웬일입니까 도저히 땅이 짚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여인은 옆에서 한 마디 던졌습니다 "아저씨 술이 원수네요 땅이 안 받쳐주네요" 이 말에 사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희멀건 한 눈으로 여인을 바라보며 "땅이 안 받쳐주면 네가 받쳐줘야지" 사내와 여인 둘 다 참 재미있는 환상의 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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