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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0390 등록일: 2013-03-10

海月 정선규

삶에
지쳐서 내 영혼이
힘들고 답답하여
방황이 줄이 내 마음을 당길 때면
당신은 어디 계십니까
나는 그리움에 한없이 얼어 떨고 맙니다
하루 한나절
당신을 기억하노라면
어디론가
나도 모를 그 늪으로
길들여가시는 당신이 되고
어느 날 불현듯 밀려드는
그리움은 불에 소금 치듯
타박타박 새까맣게 내 속으로 타듭니다
꼭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다른 아주 낯선 모습이 되곤 하는데
정말, 정말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기에
오를 수 없는 산인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당신은 내게 산은 아니었습니다
내가 너무 몰랐습니다
좋은 당신을 모르고 말았습니다
좋은 것으로 그리고
더 좋은 것으로 주시기 위해
나를 그 예비하신 처소로
옮겨가시는 말할 수 없는 사랑이었습니다
나의 약함을 강하게
가난한 자를 부하게 그렇게
여벌 옷으로 갈아입히시고
예복 한 벌 맞춰주시고 
나를 당신의 나라에 자꾸만 
옮겨가시는 믿음의 지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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