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파편의 꽃
海月 정선규
어둠도 잠잠히 눌려 앉은 밤
자꾸 임마누엘 임마누엘 주워담는 내 마음의 상자
혹여 내 마음에 당신께서 두시고 생각에 기록하실까 싶어
내팽게친 잠 소복히 뒷짐 부려놓았습니다
가까스로 들어서는 영혼의 숨결
사랑 희락 인내 화평 충성 자비 양선 온유 절제
성령의 파편들이 주옥같은 유리알처럼 빼곡히
오고가는 나루터 은빛 여울 긴목빼어 다가섭니다
당신과 동행을 꿈 꾸듯 가을비가 중얼중얼
고주알 메주알 다 꿰어내리는 것은 회전하는 그림자
뒤쫓는 가문 그리움 피어올라 부뚜막 집 굴뚝타고
허공으로 번지고 맙니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영혼은 평안한
들어간 안식으로 도적같은 날 다투지 않으며
들레지 않는 어떤 습관처럼 먼저된자의 벅차올라
스며오는 감동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형상의 파편들
알면 알 수록 다가서면 설 수록 더 단 하나 당신의 깊은 사랑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때를 지나 한 계절마다 높아만가니
우리는 산행길에서 자꾸자꾸 피울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