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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생계형 남자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259 등록일: 2011-07-09
생계형 남자
 海月 정선규

6월의 감자가 골목에서
익는 날
이글이글 찌들어
골목을 미끄러지듯
잘도 빠져나가는 더위에
손수레를 끄는 남자가 흐물흐물
스며온다

대전천을 가로질러 가는
낮은 돌다리 위를 건너가 듯
한 집 건너 한 집 사이
틈바귀 사이로 더위를 머금은
종이 상자가 꾹꾹 눌린 채
숨 막히는 몰골을 하고 한입 가득 모금은
종이에 심한 옹 앓이에 몸을 가눌 수 없을 성
싶게 서 있다

남자는 선화동 모텔 골목을 벗어나
중촌동 네거리 현대칼라에 도착해
어제 무엇을 잘못 먹었는지
밤새 토한 하얀 화공약품 물랭이 통과
쏙쏙 밤새 누군가에게 속을 다 들켜 빼앗긴
속 빈 강정이 된 종이 상자를 사뿐히 들어내려
손수레에 태우고 달음질해
지하로 내려가더니 가늘게 몸을 잘 다듬은
늘씬하게 쭉 빼낸 몸매를 가진
뻣뻣한 종잇조각을 주섬주섬 잡아들인다

잠시 아주 잠시 남자는 순간 멈칫한다
종이만 가지고 돈이 될까?
종이만 다독인다고
돈은 숨 가쁘게 좇아올까?
영 뒷맛이 찝찝한 갈등이 솟는다

뿌글뿌글 용트림하며 일어나는
속 사람에 밖에 사람은 아니야
고백하지만
이미 큰 거미는 그 남자의 머릿속을 지났다
얼기설기 촘촘한 거미줄은 팽팽하게 조여와
또렷한 과녁으로 다가오고 덩달아 떠오르는
공상 현장의 돈벌이에 발판 철사 서식 철근 핀 등의
거침없는 유혹이 밤하늘 수놓은 별처럼 초롱초롱
유난히 토하는 빛으로 살아나 자꾸자꾸 해지는
서쪽 하늘에서 밀려가는 해처럼
생계형 범죄를 생성시켜 누군가에게
넘어갈 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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