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감자가 골목에서 익는 날 이글이글 찌들어 골목을 미끄러지듯 잘도 빠져나가는 더위에 손수레를 끄는 남자가 흐물흐물 스며온다
대전천을 가로질러 가는 낮은 돌다리 위를 건너가 듯 한 집 건너 한 집 사이 틈바귀 사이로 더위를 머금은 종이 상자가 꾹꾹 눌린 채 숨 막히는 몰골을 하고 한입 가득 모금은 종이에 심한 옹 앓이에 몸을 가눌 수 없을 성 싶게 서 있다
남자는 선화동 모텔 골목을 벗어나 중촌동 네거리 현대칼라에 도착해 어제 무엇을 잘못 먹었는지 밤새 토한 하얀 화공약품 물랭이 통과 쏙쏙 밤새 누군가에게 속을 다 들켜 빼앗긴 속 빈 강정이 된 종이 상자를 사뿐히 들어내려 손수레에 태우고 달음질해 지하로 내려가더니 가늘게 몸을 잘 다듬은 늘씬하게 쭉 빼낸 몸매를 가진 뻣뻣한 종잇조각을 주섬주섬 잡아들인다
잠시 아주 잠시 남자는 순간 멈칫한다 종이만 가지고 돈이 될까? 종이만 다독인다고 돈은 숨 가쁘게 좇아올까? 영 뒷맛이 찝찝한 갈등이 솟는다
뿌글뿌글 용트림하며 일어나는 속 사람에 밖에 사람은 아니야 고백하지만 이미 큰 거미는 그 남자의 머릿속을 지났다 얼기설기 촘촘한 거미줄은 팽팽하게 조여와 또렷한 과녁으로 다가오고 덩달아 떠오르는 공상 현장의 돈벌이에 발판 철사 서식 철근 핀 등의 거침없는 유혹이 밤하늘 수놓은 별처럼 초롱초롱 유난히 토하는 빛으로 살아나 자꾸자꾸 해지는 서쪽 하늘에서 밀려가는 해처럼 생계형 범죄를 생성시켜 누군가에게 넘어갈 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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