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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봄꽃 초상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660 등록일: 2011-04-26
봄꽃 초상 海 月 정선규 



3월이 예쁘장한 나비 장난감 사다가 

곧 꽃망울 터질 머리맡에 두고 어여쁜 구두 햇살 아래 

맡겨놓은 채 꽃나무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6월이 오면 햇살 아래 구두 신고 친정 나들이 갈 수 있을까? 

스물여덟 먹은 새댁이 아들 낳던 날 뇌 깔리던 자잔한 음향이 

해산의 그림자 되어 서산으로 넘어간다 



음음음 ~~~~ 

힘주어 쓰는 악보가 아직은 완성되지 못해 

새 생명을 부르기는 미안하지만 



노란 하늘이 까맣게 무너져 내리는 다리 밑에서 

봄꽃을 안아 신체검사 하느라 연한 가지 끝에 다니 

꽃잎 네 개 남은 말년의 봄 병장이란다 



삼신할머니가 영장 내어 주던 날 멋 모르는 

삶만 주책없이 번뜻하더니 여름 오는 길목에서 

힘없는 장승처럼 물끄러미 늙어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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