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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
돈으로 엿보는 세상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1318 등록일: 2011-03-22
돈으로 엿보는 세상

오늘을 오늘처럼 살다
나는 오늘 이런 말을 들었다
그는 말했다
아주 간절하면서도
벅찬 애달픔으로
오늘 중앙시장에 나갔다
오징어젓을 보고 먹고 싶어
사려고 얼마냐고 물었더니
요즘 물가가 많이 올랐다며
겨우 한 움큼도 채 안 되는
양의 오천 원이라 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망설이다
그냥 돌아서고 말았다 했다
나는 생각했다
오천 원을 주고 오징어젓 한 움큼이면
한 끼 식사의 반찬인데 그럴 바에는
차라리 식당에 가서 맛있는 한 끼의
밥을 먹겠다고
나는 오늘이 무섭다
왜냐하면 오늘도 이렇건만
내일은 더하면 더 했지
나아질 리 없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결국 내일 내게 돈이 없다면
희망은 남의 이야기가 될 뿐이다
지금 이 땅의 꿈과 희망은 돈으로 크고
돈으로 양육 받아야만 제구실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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