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앉았다 일어섰다 하루 열두 번도 더 고향 떠난 집주인 아저씨 오지 않을까 싶어 담장 위로 뻗는 호박넝쿨처럼 긴 목 빼어 기어가는 그리움으로 생각하는 영이 되었다
집 앞 우물가에 조롱박 매달린 손 쑥 내밀어 팔 높이 치켜들면 들리는 물처럼 대문 앞에 소담하게 고인 그리움의 곁에서 나는 표주박 눈빛으로 산 마을 개똥이네 집을 떠올려 길손 잡아 개똥이 찾아오셨소 건 하게 한턱 쓰고 싶은 인심인데 내 마음은 왠지 자꾸만 불 옆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는 플라스틱 용기인 양 배추 값도 제대로 계산 못 하고 있다
이제는 옛 도읍지의 소품으로 시퍼렇게 녹슬어 굳게 닫혀버린 관람객 없는 민속촌 정문일 뿐 대문 앞에서 누구 없소 인기척 전송하지만, 수신자 불명에 누구 한 사람 들여다보는 이 없어 물이 바다 덮으면 같이 애꿎은 햇살이 빈집에 포개어져 잔잔한 숨결 자는 끝없는 망망대해 칼바람만 일어 문풍지만 뜯어 먹고 있다
어제 이 시각 살인 사건 났던 집처럼 어수선하면서도 어스름하게 소름 끼치는 집 이름 모를 이의 억울하게 죽어 나간듯한 싸늘한 촉각에 귀신 잡는 해병대 제대한 형님 생각나고 누군가 살았을 일상의 의혹으로 입건된 미제사건의 씁쓰름한 현장에서 콜롬보 형사와 명탐정 홈스가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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