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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어머니 손맛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1297 등록일: 2010-12-19
어머니 손맛
海 月/정선규

아침 하늘 아래 참새가 싱싱한
첫 노래를 부르면 열리던
된장독 뚜껑

매주가 된장이 되는
푹푹 쪄지는 부패한 내음이
물씬 올라오던 콩 향기

된장 속 냉이꽃 한 송이 살포시
내려놓고 장작불 당겨 피우면
구수하게 구워지던 우려냄이
입안에 가득했다

밥상 일등 먹을거리로 꾸불꾸불
캥 켜지며 꼬아지던 하얀 모락김사이 숟가락이
어머니 손맛에 덮여 데워져 먹곤 했다

밭에서 풀 뽑으신 거친 손
집에서 새콤달콤 씁쓰름하고 구수한
며느리도 모르는 닫으면 열 수 없었던 맛이
장독대 먼 옛날 어머니 손길을 숨긴 채
형수와 숨바꼭질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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