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가는 등불
산 위에 올라 마을 내려다보았다
아침에 길게 들어왔던 해는
점점 서쪽으로 달아나고 있다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은 깊고도 고즈넉했다
그 안의 마을은 육체 안의 영혼이었다
육체의 실내에서 창으로 내다보이는 세상 풍경은
잠이 들어가듯 아득히 멀어지고 있다
세상을 등지는 순간이었다
영혼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죽음은 밀물처럼 들어왔다
산 그림자가 빠졌을 때 등불은 꺼졌다
벌거벗은 영혼으로 돌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