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규 시인 |
|
|
|
빗꽃따라 |
|
작성자: 정선규 |
추천: 0건
조회: 4899 등록일: 2023-11-29 |
|
|
빗꽃따라 빗꽃은 펑펑 꽃잎으로 쪼개졌다 이리저리 중얼중얼 깨를 볶았다 점조직인 참깨가 파편의 몸으로 자장가를 발동했다 저 멀리 아득히 먹구름이 몰려든다 나는 지금 누구를 만나고 있는 것인지 가물가물 정신은 푹 땅으로 꺼졌다 이게 살아 있다는 마법일까 삶에서 꺼져가는 생명의 낮은 문턱이려나 여기서 바라보니 산다는 것도 별것 아니고 죽는다는 것은 더욱 별것 아니다 그것은 순종이었다 하지만 죽고 싶어도 죽을 수도 없고 살고 싶어도 살수 없다면 그것은 큰 고통이었다 삶에서 제대로 벗어나지 못한 채 죽음을 마주하고 누군가 동작 그만이라고 외친다면 그것은 죽어서도 절망이었다 나 자신의 한계와 허무함을 자각했을 때 돌아오는 정신의 돌연변이였다 허공에 나 홀로 서 있다 사는 것도 사람이고 죽는 것도 사람이구나 삶에서 죽음을 마주했던 그 세월이 얼마이던가 사람은 사람이고 세월은 세월인데 사람은 세월에 밀려가고 세월은 사람을 밀고 지나간다 그 길을 시간이라고 했다 문득 죽어서도 바다를 볼 수 있을까 죽음은 바다를 허락할까 삶과 죽음은 같은 것이로되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었다 살아보지 않고서는 맛을 알수 없는 죽음이기에 그 길을 사람은 떠나는 것이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