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매섭게 추웠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둘이 오붓한 시간을 갖고 싶어 대전에서 유명한 신도 분식에 들렀다.
아주머니가 따뜻한 물 한 컵을 내려놓자 이 친구 자리를 뜬다. 어디 갔는지 10분이 지나서야 안으로 들어섰다.
“날도 추운데 10분씩이나 어디 갔다 온 거야.” “온수 빼고 왔어.” “온수 무슨 온수? 너 집에 갔다 왔느냐?” “아니 내 배에서 온수 좀 빼고 왔다니까.” “내 아궁이에 불 때러 갔다 왔다는 말은 들어 봤어도 너처럼 배 속에 온수 빼고 왔다는 말은 난생처음 듣는다.” 그러자 친구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더니 “야! 아궁이에 불 때면 온수가 나온다는 것 모르지.” 알 것도 같으면서 또 무를 듯 생각이 토라진다.
“오줌 싸고 왔다고. 담배 피우면 배 속의 물이 뜨겁게 데워질 것 아니야. 알겠어.” 그제야 나는 웃었다. 참, 만들어내기도 잘 만들어낸다. 아주 그럴싸하다. 담배를 입으로 피우면 배 속의 물이 뜨겁게 데워진다. 보일러가 따로 없다.
그렇다면 아주 이참에 그 따뜻한 온수 많이 빼서 칼국수에 말아 먹으면 되겠다. “야! 그 온수 아무 데나 흘리고 다니지 말고 이럴 때 칼국수 육수로 빼서 말아 먹으면 좋겠다.” “어린애들 앞에서 아무 말도 못 해. 너나 많이 만들어 먹어라.” “어느 기생충인지는 모르지만, 이 겨운 겨울 따뜻한 아래 묵에서 잘 나겠네. 사람 팔자보다 기생충 팔자 알아줘야겠다.” “네 마음대로 하세요.” 기발하다. 표현의 달인이라 할 만큼. 그래 그 온수인지 육수인지 추억이 떠오른다.
그 날이 동짓날이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마루 한쪽에 팥죽을 담아 갖다 놓았는데 자다가 오줌이 마려워서 일어난 나는 잠결에 팥죽 그릇을 요강으로 보았는지 떡하니 팥죽에 오줌을 쌌고 어머니는 이튿날 그 팥죽을 떠서 아버지께 드렸고 나는 그 사실을 말할 수 없어 입만 다물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이 “이상하네. 누가 팥죽에다 오줌을 쌌나? 비린내가 나네.” 그러자 어머니는 냄새를 맡아보시더니 “누가 그랬어?” 난리가 났다. 끝내 나는 말 한마디 못하고 말없이 밥상머리를 떴다.
아마 어머니는 내가 범인인 것을 다 알고 계셨을 것이다. 그게 어머니의 사랑의 셈법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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