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어머니는 키질을 하시다가 오후 내내 햇살이 따뜻한 마당 가에 앉아 토달토달 검은 콩에서 돌이며 썩은 콩이며 검은 콩을 닮은 토끼 똥에 염소 똥까지 당신의 그 따사로운 손길에 묻혀 가시면서 골라내시고 있다. 에구 이런 어떻게 토끼 똥이 다 여기 들어왔을까. 우리 막내둥이 어릴 적 얼마나 속 썩였든가. 그렇게 말리고 말해도 검은 콩이 맛들어 보이는지 엉엉 기어가면서 온 종일 주워 먹고는 생글생글 두 볼이 붉그스럼한 복사꽃처럼 활짝 피었으니 지나가던 어느 아주머니가 보고 고놈 참 매우 이쁘게도 생긴 것이 커서 남자들 꽤나 울리겠어 하셨고 큰 아들은 검은 콩이 싫어 때마다 밥상에서 골라내느라 배고픈 줄도 모르다 상 물리면 뭐가 그렇게 서러웠을까. 입이 떡 벌어지게 앙앙 울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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