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닭구이
민문자
닭튀김을 먹어본지가 얼마만인가
마을버스가 지나는 길목에서
수년 전부터 또봉이 통닭 가게가
내 눈길을 끌었다
그걸 못 사 먹을 형편도 아닌데
왜 그랬는지
매번 지나면서 눈요기만 했다
오늘은 드디어 또봉이 통닭을 만나리라
눈먼 돈이 들어왔겠다
아니 옛 스승이 한 평론가를 통해서
삼복더위를 잘 이기라고 때맞추어
통닭 값을 넉넉히 보내신 것이리라
수백 권을 간직하고 있는 스승의 시 전집
세 권을 포장해서 우체국 택배로 부치고
집 근처에도 통닭집이 여럿 있건만
땀을 뻘뻘 흘리며 또봉이를 찾아갔다
오후 2시 이게 웬일인가
문이 굳게 닫혀 있다
할 수없이 발길을 돌렸다
치킨 가게가 죽 늘어선 곳
달봉이 치킨 가게도 문이 닫히고
맛닭꼬 가게도 문이 잠기고
호치킨 가게만 문이 활짝 열려있다
또봉이 대신 호호호 치킨을 선택할 수밖에
후라이드 치킨과 양념 치킨을 선택 후
튀기고 양념하는 시간을 기다리다
귀가하고 보니 이른 저녁 식사 시간
천의무봉의 시인이 주신 통닭 냠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