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천국에 살아요
민문자
벼룩, 빈대, 이를 아시나요?
지금 자라는 세대는 본 일이 없겠지요?
우리 자랄 때는 어찌나 이가 많았던지
온몸이 가려워 자주 극적극적 했어요
겨울 솜옷 바지저고리 벗어
안쪽 솔기에 설설 기는 이와 서케
화롯불에 털면 탁탁 튀는 소리와 냄새
두 엄지손톱으로 으깨 죽이던 일
머리에 이가 옮으면 참을 수가 없었어요
참빗으로 피가 나도록 빗어 내렸지요
이 못지않게 벼룩과 빈대도
파리 모기와 함께 괴롭히던 물것들
무릎과 팔꿈치 묵은 때
한 달에 한 번 가서 벗기던 공중목욕탕
모두 열악한 환경 탓이었어요
이제는 매일 목욕하는 쾌적한 세상
국가경제 사회와 가정환경 양호해지니
벼룩 빈대 이 없는 천국에 살아요
여름 만원버스나 기차에서 나던 그 땀 냄새
이제는 아련한 옛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