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 / 문인서재 / 문학관.com / 문인.com

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
문인.com
작가별 서재
김성열 시인
김소해 시인
김순녀 소설가
김진수 큰길 작가
김철기 시인
류금선 시인
문재학 시인
민문자 시인
배성근 시인
변영희 소설가
송귀영 시인
안재동 시인
양봉선 아동문학가
오낙율 시인
윤이현 작가
이기호 시인
이영지 시인
이정승 소설가
이룻 이정님 시인
이창원(법성) 시인
정선규 시인
정태운 시인 문학관
채영선 작가
하태수 시인

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




▲이효석문학관

 
김소해 시인의 작품읽기

김소해 시인
박진임 교수 평설, 펜플룻을 부는 인디언
작성자: 김소해 조회: 2234 등록일: 2023-11-25

펜플룻을 부는 인디언

김소해


피리를 불더라도 열 개나 스무 개쯤

갈비뼈 갈래마다 날숨 깊은 바람소리

그 소리꽃과 열매가 핀다

한 나무에 한꺼번에

 

가진 건 한 개뿐인 내 피리도 불어본다

어디에 닿지 못할 가엾은 소리지만

늑골을 울리고 나온 그것만은 닮아서

 

샌디에고 관광지에 검은머리 검은 눈동자

몽고반 흔적 멀리 친근감은 나도 집시

다 낡은 마음 고르다

순간깃털이 새로 돋고

<부산시조 통권 51호 2022년 상반기호>

 

부산시조 평설박진임(문학평론가평택대하교 국제지역학부 미국학 전공 교수>

 

머나먼 미국 땅남쪽의 센디애고 관광지에서 펜풀룻을 불고 있는 사람의 모습은 쓸쓸하고 서글픈 정서를 불러일으키리라미국 원주민의 역사가 이미 슬픈 것인데 이제는 유럽에서 이주해 온 백인들이 주인 노릇하는 대륙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살아가는 이의 모습이니 더욱 허전해 보일 것이다펜플룻 선율도 슬픔을 불러일으키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김소해 시인은 그런 대상즉 타자의 모습을 자신과 분리해서 바라보지 않는다그의 펜플룻 소리를 자신이 가진, “한 개 뿐인 내 피리소리에 연결하면서 두 소리가 함께 울려 퍼지게 한다피리소리는 악기의 몸그 빈 곳을 통과하는 공기를 통해 울려 퍼지는 것이니 바람소리와 늑골이라는 시어의 등장이 자연스럽기만 하다시인의 상상력은 펜플룻의 깊은 선율에서 피리를 불더라도 열 개나 스무 개쯤이라는 구절을 떠올리는 데에까지 이른다한꺼번에 여러 대의 피리가 울려 퍼지는 듯한 것을 정확한 이미지로 구현해내는 것이다갈비뼈 개수만큼 구절을 통해 한 번 더 그 이미지는 강화됨을 볼 수 있다. “그 소리 꽃과 열매가 핀다 한 나무에 한꺼번에구절이 그것이다피리소리들이 합창처럼 울려나오고 그 소리는 몸속 깊은 곳을 통과하는 바람소리로 인해 생성되는 것이니 그처럼 대단한 소리가 지닌 생명의 힘을 생각해 보면 한 나무에 한꺼번에 꽃 피는 일이 놀랍지 않겠다꽃만 한꺼번에 펜플룻 음악소리에 피어나랴아예 열매도 꽃과 함께 핀다고 노래한다첫수에서 장엄할 정도로 웅장하고 화려한 소리와 풍경이 펼쳐지게 만든 다음김소해 시인은 돌이켜 고적한 자신의 내면으로 시선을 돌린다한 개 뿐인 피리의 등장을 둘째 수에서 보게 된다가엾은 소리로 표현된 그 소리조차 늑골을 울리고 나온 것임을 알게 된다늑골을 거쳐 왔으니 그 피리소리는 필경 영혼의 소리이겠다홀로 짚어보는 한 생애의 자취겠다.

그처럼 첫수에선 합창과도 같은 장엄한 음악을둘째 수에선 혼자 조용히 부르는 독창의 선율을 제시한 다음시인은 마지막 수에서 다시 한 번 첫수에서 느낄 수 있었던 비상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순간깃털이 새로 돋고 구절을 보자미국 원주민들이 머리에 꽂곤 하던 것이 깃털이기도 하지만 깃털은 새의 이미지를그리고 그에 따른 비상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소재이다음악에 맞추어 꽃과 열매와 깃털의 이미지가 함께 유희를 벌이는 텍스트의 공간이 먼저 준비되었다그 공간을 열어두고 김소해 시인은 그 한가운데서 처음 만난 타자와 주체가 함께 서게 만든다공감하며 서로 바라보게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성찰하고 반성하게 만드는 소재들은 사방에 널려있다누군가가 연주하는 슬픈 음악에서도 이 땅의 작은 생명에게서도그리고 담벽을 타고 오르는 장미 넝쿨에서도 시인들은 삶의 자세를 배우고 지혜를 얻는다.

<부산시조 통권 52호 2022년 하반기호, 249>

댓글 : 0
이전글 시조21 2023 봄호
다음글 표문순 시인, 시조 포커스 2022년 10월 31일
번호 제목 작성자 조회 등록일
227 시조 삭제된 게시물 입니다. 김소해 0 2025-04-18
226 시조 <한국문학인> 2025년 봄호 김소해 663 2025-03-28
225 시조 개, 라는 모자를 쓰고 김소해 415 2025-03-19
224 시조 흰 꽃나무에 발목 잡혀 김소해 618 2025-03-19
223 평론 2013 시조세게 봄호 이경철 평론가, 김소해 편 김소해 502 2025-02-28
222 평론 김소해 <서너 백년 기다릴게> 평설, 정희경 김소해 690 2024-12-21
221 평론 대구일보, 실금 - 이정환 김소해 696 2024-12-08
220 평론 대구일보 - 문향만리 / 이정환 김소해 715 2024-12-07
219 평론 문향만리 - 이정환 김소해 774 2024-12-07
218 평론 권영오 시인의 평설 <대장장이 딸> 김소해 766 2024-12-04
217 시조 2024년 가람시학 김소해 728 2024-11-27
216 시조 <시조정신> 2024 년 추동호 김소해 820 2024-11-03
215 평론 부산시조 2024 하반기호 김소해 799 2024-10-03
214 시조 <정형시학> 2023 여름호 김소해 839 2024-10-03
213 시조 2024년 충북시조 김소해 959 2024-09-30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이 사이트는 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문인 개인서재)입니다
사이트소개 개인정보취급방침 이용약관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알립니다 독자투고 기사제보

 

Contact Us ☎(H.P)010-5151-1482 | dsb@hanmail.net 서울시 구로구 고척동 73-3, 일이삼타운 2동 2층 252호 (구로소방서 건너편)
⊙우편안내 (주의) ▶책자는 이곳에서 접수가 안됩니다. 발송전 반드시 전화나 메일로 먼저 연락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