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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기 시인의 작품읽기

김철기 시인
무를 먹으며
작성자: 김철기 추천: 0건 조회: 4948 등록일: 2012-01-31
                        무를 먹으며
 
삼분의 일 남짓
선명한 연둣빛 아래로
뽀얀 몸통 매끈한 껍질을 깍아내고

물에서 갓 건진 겉빛에
수분 자르르한 속살 한 입 베물면
사각사각 씹는 이 사이론 맵콤 달콤한 즙
톡 쏘는 향은 머릿속까지 파발을 띄우는데
 
언덕배기 무밭 지나는 하굣길
성글고 허름한 셔츠의 그 머슴아들
목 넘김의 매운 무맛에 불현듯
알싸하게 찡한 눈물로 핑그르르
 
저녁 답 불그레한 낯의
아직 임플란트 심지 않은 제 이(齒)로
흙 묻은 무 껍질 쓱쓱 벗겨 줄지 모를
옛적 악동들 소식 수소문해 볼까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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