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병
海月정선규
병원으로 돌아가는 조그만 길모퉁이를 돌아
동네를 감싸 안아가는 채 휘돌면
바람 부는 아카시아 나무에서 누가 향기 떼어
저녁밥 짓는지 모락모락 꽃잎이 하얗게 그을린다.
맞은 편 동네에서 날아 들어오는 꿀 향기를 바삭하게 버무려
매우 멋지게 세수를 하고 정신은 맑게 개 이는데
문득 떠오르는 내 첫 사랑 7, 8월의 손님은 마음을 스쳐 간다.
추부깻잎을 시집보내는 시적 속에서
인제는 추부포도 결혼시킬 날 잡아야 품 잡아야 할 터인데
아! 이렇게 향수만 태우고 있구나.
영주에 내려올 때는 생기에 취해 살아날 듯 오더니만
고향에 올라갈 날 기약 없는 향수에 취하고
부서지는 햇살이 있는 날 그리움은 노란 은행잎
우수수 떨어지듯 지그시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