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海月정선규
술 술 술
세 번이면 다 넘어간다.
오늘도 침대 끝머리에 앉아
하염없이 구름 과자 삼키며
홀아비 속을 누가 달래나 줄까.
속, 속이 자꾸만 써레질 들어온다.
세상만사 어차피 다 잊지 못할 일인 것에
무슨 미련이 있어 술기운 빌려 맞아도 아니 아프다 하고
가로 등불 아래 안방 살이 신발 벗어 옷 벗어 객기 부리다
잠에 취할까.
내일이면 깨리니 또 마시리.
그렇게 삶에 취해 남는 일은
취하고 취해서 죽는 줄 모르고
취해 자는 줄만 알다가 기쁨이 없이 가리니
이를 서러워서 어이 할꼬.
술병에 가난만 하여라.